단통법 무력화로 호갱님 양산되는데도 '셀프칭찬'…엄포놓지 말고 특단대책 강구해야

[중소기업신문=이어진 기자] 아이폰6 대란으로 정부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셀프 칭찬’을 멈추고 엄벌 의지만을 피력하고 있다. 이동통신사 임원진에 대한 형사처벌 검토, 유통점 조사 등 통신시장은 규제 당국의 엄벌의사 피력에 살얼음판으로 돌변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단통법이 시행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효과가 나올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은 유지하고 있다. 아이폰6 대란 전후의 정부의 대응, 이동통신사의 반응을 살펴보면, 웃지 못할 촌극을 보는 것 같다.

단통법이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이폰6 대란을 통해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 일명 ‘정책’이라 부르는 판매 장려금은 단통법 시행 이전이나 이후에나 있어왔다. 스팟성 보조금을 살포하던 온라인 유통점들은 줄곧 이 판매 장려금을 활용, 대란을 주도했다.

단통법 시행 이후 정부의 엄벌 의지로 인해 다소 움츠러들었지만, 시행 2주 만에 갤럭시노트3, G3 Cat6 등의 제품에 40만원 가량의 보조금이 얹어졌다. 아이폰6 대란 때는 최대 60만원 이상이 실렸다. 이동통신사들은 가입자들을 쉽게 유치할 수 있으며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판매 장려금을 악용했다.

이동통신사들이 보조금의 재원을 요금 인하로 돌릴 것이라는 정부의 희망도 공염불이 됐다. 업계와 시민단체들은 이동통신사들이 수익 창출을 극대화해야만 하는 사기업이라는 사실에 대해 안일한 인식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더군다나 암암리에 호갱님은 양산되고 있다. 정부는 단통법 시행 이후 호갱님이 없어졌다고 셀프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아직도 호갱님이 등장하고 있다. 요금할인을 단말 할인으로 위장하는가 하면, 출고가 자체를 뻥튀기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단통법에 문외한인 소비자들이 호갱님이 되는 것은 시행 전이나 후나 마찬가지다.

최근 갤럭시S5를 구입한 소비자 장진영씨(가명, 32세)은 구입 1주 만에 자신이 호갱님이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단통법의 ‘단’자도 모르던 장씨는 쓰고 있던 구형 스마트폰의 액정이 파손돼 신형 스마트폰을 구입하러 매장에 들렀다. 상품을 추천해달라고 하니 갤럭시S5를 권했다. 가격을 물어보니 다른 이동통신사는 10만원 수준의 DC만 가능하지만, 자신들은 다르다며 40만원 DC 해서 80만원에 구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요금제는 6만9000원 짜리를 써야 한다고 했다.

자칫 황당하기까지 한 장씨의 스마트폰 구입기는 실제 사례다. 장씨에 스마트폰을 판매한 대리점은 보조금을 투명하게 알려줘야 하는 단통법을 위반했다. 장씨는 구입 이후 1주 동안 그 사실조차 몰랐다. 장씨에 판매한 대리점이 스마트폰 한 대를 팔아 남긴 수익은 6만9000원 요금제에 지급되는 공시 보조금 중 약 10만원. 늘어난 판매 장려금을 고려하면 총 5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장씨의 사례를 일반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국내 판매점, 대리점이 수만개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통법 시행 이후 ‘호갱님’을 원천 차단시키기에는 사실 상 불가능하다. 단통법 시행 이후 얼어붙은 소비 심리 속 판매 장려금 증가는 이 같은 불법, 편법 영업의 단초를 제공한다. 더군다나 단통법의 세세한 면까지 모두 알고 있는 소비자들은, 아이폰6 대란을 일으킨 대리점들처럼 일부다.

아이폰6 대란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방통위, 미래부 등 규제 당국은 ‘셀프 칭찬’을 멈추고 엄벌 의지만을 지속 피력하고 있지만, 다시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여론이 잠잠해진 뒤 소비자 호응이 높은 아이폰6 64GB 모델이 다시 풀릴 것이라는 전망, 설, 루머들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호갱님도 암암리에 양산되고 있다. 단통법 자체에 허점이 있는 만큼 엄벌 의지만으로 풀릴 문제가 아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단통법의 폐지론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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