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인 김영환

분출하던 개헌 논의가 보편적 무상복지 재원 고갈과 모든 신혼부부 공짜 집 논쟁으로 주춤한 듯합니다. 무차별 공짜 집은 최고의 북유럽 복지국가라면 모를까 우리에게는 요원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3년 우리나라 32만여 건의 혼인 중 순수  신혼부부인 25만 5,600쌍에게  2억원짜리 집을 주자면 51조원, 3억원짜리를 주면 76조원이 한 해에 듭니다. 올해 무상급식, 무상보육, 기초연금, 반값등록금으로 24조원이 들었는데도 그 무상 지속이 불가능하여 지금 지자체와 교육청들이 생난리인데 해마다 그 몇 배되는 더 큰 돈을 어디서 구한다는 이야기인지요.

이런 복지 논쟁 속에 여야 국회의원 30여 명이 최근 국회의 특위 구성을 요구한 개헌 논의는 오스트리아 식 이원집정부제, 4년 중임, 6년 단임제다 하여 대통령 임기와 권력구조를 놓고 주로 설왕설래하는 형국인데 그들만의 개헌 잔치에 동조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

정치가 개헌의 블랙홀로 빨려들기에는 국내외의 안보 환경이 너무 엄혹합니다. 유사시에는 강력한 단일 지도체제로도 버겁죠. 북한이 내년을 ‘통일대전 완성의 해’로 설정하고 핵무기, 미사일로 도발을 위협하는 판에 조선조의 당쟁처럼 사사건건 국론분열로 몸살을 앓는 이 나라 정치가 개헌이라는 논쟁거리를 하나 더 보태 국력을 소모하려드니 어이없습니다.

복지를 뒷받침해주는 경제에 온갖 악재가 중첩되어 있습니다. 악재는 세수 감소로 직결되죠. 외환 리스크도 그렇지만 중국이 전자, 조선,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모든 산업에서  광속(光速)의 경쟁자로 달려옵니다. 전자제품 양판점과 온라인 몰에 널린 중국산 노트북, 스마트 패드, 청소기, 냉장고, 텔레비전이 소비자를 유혹하며 시장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저가 생필품은 체인점과 지하철 잡상의 보따리를 오래 전에 점령했죠. 결과는 일자리 감소입니다.

우리나라 체감 실업률이 무려 10.1퍼센트라고 합니다. 일자리가 이 지경인데 정치가 규제 개혁으로 경제와 산업을 활성화할 생각은 안하고 개헌과 배급식 무상복지, 공짜 집 준다는 대중영합주의로 사탕발림할 때가 아니죠. 주택 마련을 결혼 기피, 출산율 저하와 신혼부부의 핵심 문제로 인식한 것까지는 가상스럽지만 한정된 재원을 빈부 무차별로 한 곳에 쏟아 부으면 제로섬 게임이 되어 기존의 무주택 서민 가정, 장애자,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됩니다. 무리하면 후손들이 빚더미에 앉죠.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무상복지 재원 고갈에 ‘복지 디폴트(채무이행 불능)’라고 아우성입니다. 중앙정부는 우리도 힘들다고 외칩니다. 복지 타령에 나라가 거덜 나고 있습니다. 그런 국회의원들은 세비를 안 받는 무료 정치봉사로 복지 재원을 보탤 준비가 되어 있나요? 

누구를 대표하는지 알 수 없는 무능한 정치인들이 정신없이 복지타령에다가 개헌까지 한다고 대드는 어지러운 풍경입니다. 지금 국회의 지지도는 10퍼센트도 안 됩니다. 국민들은 416 세월호 침몰 후 우리 국회가 5개월 동안 법안처리 0건이라는 진기록을 세우는 걸 두 눈으로 보았습니다. 어느 나라 국회가 이럴까요.

걸핏하면 구속되고 부패 사건에 연루된 국회의원들이 누구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꾸물대는 법원의 늑장 판결로 국회의원 행세를 하며 꼬박꼬박 세비를 챙기는 이 나라의 썩은 정치판에 만약 내각책임제라도 들어선다면 늘어난 힘으로 정권을 쓰러트리고 새 정권을 세우려 석 달이 멀다 하고 내각불신임 결의안이 제출돼 이탈리아처럼 부패하고 혼미한 정국을 국민들은 구경하게 될 것입니다, 4년마다 대선을 치르면 나라는 물론이고 정당들도 후보 쟁탈전으로 편안할 날이 없을 것입니다. 대통령은 되자마자 중임을 꿈꿀 것이고 철부지 언론들은 새 대통령의 취임 선서가 끝나자마자 다음 대권주자 순위는 누구인가, 후보자들의 본질은 제쳐놓은 경마식 중계로 레임덕을 가속화해 일할 정신을 뺏을 것입니다.

개헌으로 국민이 얻을 이익이 거의 없죠. 지금의 국회가 통일 대비 비전이 있을까요. 미국과 일본에서 통과된 북한인권법을 10년째 뭉개는 국회죠. 일반 법안을 갖고도 몇 달을 싸우는데 개헌은 국회의원 3분의2가 찬성해야하고 국민투표에 부쳐져 투표자 과반이 찬성해야 합니다. 헌법 조항마다 싸움이 일어날 것입니다. 국민에겐 통째로 먹으라고 들이댈 테죠.

지금 나라가 잘 안 굴러가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라 최우선 순위를 선거와 당략에 두고 정부에 비협조적인 제왕적 국회 탓입니다. 어느 야당 의원은 “앞에서 평화하자고 하고 뒤에서 대북전단 살포하면서 뒷통수 친다”며 유사시에 대비해 155미리 대포로 발사하는 전단탄 개발 계속 사업이 남북관계를 저해하는 것이라고 강변했습니다. 남북관계의 최대 걸림돌이자 북한을 세계로부터 차단시키는 것은 북한 핵무기입니다. 문재인 의원의 말대로 무슨 기준으로 뽑았는지 모를 함량 미달의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이 설치는 한 국회의 상향화는 불가능합니다. 국회의원 선거의 인구 비례를 맞출 선거구 조정에서 가능한 한 비례 의원을 줄이고 국민 직선 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이 그나마 국민을 조금이라도 더 의식하는 국회가 되는 길입니다.

역대 국회 중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건국 정신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서 떠도는 19대 국회의원들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말대로 지금의 훌륭한 헌법을 탓할 게 아닙니다. 내년으로 다가온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나라의 미래를 보는 정치의 기본자세부터 가다듬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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