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이어진 기자] 최근 휴대폰 유통 업계에서 운명의 기로에 놓여있는 팬택 제품 열기가 뜨겁다. 최근 출시한 베가팝업노트는 3만대 초도 물량이 대리점에 완판됐으며, 베가아이언2는 일 평균 2000대 이상이 판매되고 있다. 법정관리 이슈 등으로 거의 판매되지 않던 팬택 제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프리미엄폰이면서 가격이 절반 이하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기자는 24일 부모님의 휴대폰을 교체해드리기 위해 판매점 몇 곳을 돌아다녔다. 저렴한 베가팝업노트를 찾자 대부분의 매장에서는 미리 사전에 예약한 고객으로 인해 제품이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예비분 한 대를 마련해둔 매장 한 곳을 어렵사리 찾아 겨우 가입할 수 있었다.

기자는 오후 늦게 개통하는 약 30분의 시간 동안 총 4대의 팬택 제품이 판매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베가아이언2는 3대, 베가팝업노트는 1대가 팔려갔다. 매장 관계자는 하루 동안만 최소 10대 이상의 베가아이언2를 팔았다고 말했다. 수량이 적게 풀린 것으로 알려진 베가팝업노트는 구하기가 어려웠고, 다소 물량이 남은 베가아이언2에 소비자들이 집중됐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 시장에서 지속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샤오미를 연상케 한다. 프리미엄 제품이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제품과 비교해 약 절반 가량 낮은 가격으로 주목받은 샤오미는 단순 저가 제품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 등 특별함을 지속 어필한다. 샤오미는 현재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태풍의 핵으로 자리 잡았다.

“단통법 시행 이후 이 같은 판매 열기는 처음”이라는 매장 관계자의 말은 소비자들이 얼마나 저렴하고 쓰기 좋은 제품에 목말라있었는지를 반증한다. 35만원대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단통법 시행 전 ‘불법 보조금 대란’을 통해 더러 있었지만, 단통법 시행 이후에는 처음이다. A/S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팬택 제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판매되는 것은 단통법 피로감에 따른 소비자 니즈다. 그 이전에 프리미엄 스마트폰들의 ‘현실을 외면한 출고가’에 지쳐있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팬택 제품 판매 열기를 보고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번 돌풍이 지극히 이례적인 상황에서 발생됐다는 점이다. 팬택은 재매각과 파산의 기로에 놓여있다.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분석들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제품 출고가는 요지부동이다. 보조금 향상과 출고가 인하는 대부분 중저가 보급형 제품이나 구형폰에 집중되고 있다.

유통점들은 베가아이언2, 베가팝업노트의 재고량이 소진되면, 당분간은 단통법 시행 초기와 유사한 암흑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팬택 열풍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기존 제조사들이 출고가를 대폭 인하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된다. 팬택이 위기를 겪지 않았더라면, 이처럼 출고가를 인하할 수 있었을까? 중국 시장 소비자들이 샤오미에 열광하고, 국내 소비자들이 팬택 제품에 열광하는 이유를 곱씹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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