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검찰수사로까지 파문이 커진 '땅콩회항'사태에는 대한항공의 홍보전략 실패가 한 몫했다. 대한항공이 당초 진정성 있는 대책마련으로 조속한 사태해결에 힘쓰기보다 오너일가 입장을 두둔하기에 바쁜 듯한 모습으로 비춰지면서 일이 더 커진 느낌이다.

'땅콩회항'사건에 대한 비난여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검찰수사과정 등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의 '거짓말'과 조 전 부사장을 지키려 한 것으로 보이는 대한항공측의 '증거인멸'의혹이 제기되면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한다는 성난 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딸을 대신해 머리를 깊게 숙이며 일말의 동정론을 낳았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노력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사태가 이처럼 악화일로를 치달은 것은  대한항공측의 홍보전략 실패에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대한항공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탓인지 사건이 터지고 얼마 뒤에서야 사과문을 발표했다. 문제는 조 전 부사장을 두둔하는 듯한 내용이었다. 당시 대한항공은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이 “지나친 행동이었다”면서도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으로서 문제제기와 지적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히면서 비난여론의 단초를 제공했다.

진정어린 사과는 커녕 사건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돌리는 듯한 대한항공의 해명은 오너일가 비호에 급급해 기내서비스 문제로 비행기를 돌렸다는 초유의 사태의 중대성을 간과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의 거취문제를 미적거리다 '무늬만 사퇴'라는 역풍을 맞은것은 더 언급할 가치도 없다.

결국 비난여론이 들끓었고 대한항공을 타지말자는 불매운동이 전개됐다. 국토부 조사에 검찰수사까지 이어졌다. 이는 사안의 중대성에도 오너일가의 눈치만 보다 사태 조기진화의 기회를 놓친 전형적인 홍보전략 미스로, 대한항공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같은 홍보전략부재의 원인을 권위주의적 특권의식이 팽배한 기업문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오너일가가 제왕처럼 군림하며 말 한마디가 법이 되는 족벌경영 문화에서 담당자들이 제 목소리를 내면서 위기관리를 위한 홍보전략을 짤 수가 있는 풍토가 아니라는 말이다. 사실 홍보전략의 실패 보다 이런 족별경영의 폐단에서 '조현아 사건'은 겉잡을 수 없이 확산일로로 치달았다고 말하는게 맞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