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땅콩회항'과정에서 드러난 재벌범죄에 대한 엄정한 법적판단으로 '돈이면 다된다'는식의 배금주의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항공기를 자신의 비행기라고 생각하는 듯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주인공인 '땅콩회항'사태는 족벌경영의 폐단은 물론, 다시는 재발하지 말아야할 세월호 참사에서 불거진 관피아 문제까지 터져나오면서 돈을 바탕으로 끈끈하게 이어진 우리사회 지도층의 어두운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땅콩회항'은 지난해부터 군불이 때진 비리 재벌총수에 대한 특별사면 움직임에도 제동을 걸었다. 힘있는 인사들이 꾸준히 사면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사실상 시간상의 문제라는 관측이 여전하지만, 온 국민들의 분노를 산 ‘땅콩회항’이 당초 무르익던 사면분위기에 확실한 찬물이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사태를 비롯해 끊이질 않는 갑질 논란의 이면에 천민자본주의가 짙게 깔려있다고 지적한다. 심각한 부의 양극화 현상아래 배금주의가 깔린 돈있는 자들의 비뚤어지고 그릇된 인식은 자본주의의 부정적 단면을 드러내고 과연 '우리사회가 이대로도 좋은가'라는 쓰디쓴 담론을 던지고 있다.

'땅콩회항' 과정에서 엿보인 족벌경영의 폐단은 심각했다. 돈많은 집에서 태어나 어릴때부터 돈과 권력을 한손에 쥔 한진가의 자녀들은 수년만에 임원이 되는 초특급 특혜로도 모자라, 직원들을 종으로 대하는 듯한 안하무인격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최근 모 방송프로그램에서 나온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의 증언에서는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기 힘들어 보이는 오너일가의 행태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반성문' 논란을 빚은 조씨의 동생 조현민 전무가 검찰에 출석한 조씨에게 "반드시 복수하겠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사실은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에 결정타가 된 바 있다.

조씨는 스스로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직원들을 회유, 거짓진술 강요하는데 개입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내가 뭘 잘못했느냐. 사무장 잘못"이라는 조씨의 '속내'도 전해졌다. 이는 자신이 저지른 불법행위를 돈과 권력으로 덮어 보려는 만용을 부린 것으로 볼 수 있는 행위로, 엄정한 법집행 자체를 돈으로 피해갈 수 있다고 보는듯한 그의 법사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 씨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았던 판사는 "사건의 사안이 중하고 사건 초기부터 혐의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볼 때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영장발급 사유를 전한 바 있다.

앞에서는 죄송하다면서도 뒤에서는 엄정한 법의 심판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펼쳤던 것으로 보이는 조 씨는 결국 차디찬 쇠고랑을 찼다. 그가 우울증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어쩌면 과거 재판에 회부된 재벌총수들이 숱하게 보여준 휠체어 장면이 재연될 지도 모를 일이라는 말도 나온다.

관피아 문제도 불거졌다. 검찰은 국토교통부 공무원들과 대한항공의 검은유착 의혹인, 일명 칼피아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부실조사와 '꼬리자르기' 논란으로 투명성에 깊은 의심을 남겼으며, 혈세를 받아온 이들이 '돈의 유혹'에 이처럼 쉽게 무너졌다는 현실앞에 국민들의 허탈감은 깊은한숨으로 번졌다. 검찰 최고위직 출신 변호사들이 조씨의 구속을 막으려고 검찰에 압력성 전화를 걸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돈을 중심으로 끝을 알수 없는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형국에 돈이 갖는 힘이 실로 놀랍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경제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집행유예로 끝나는 솜방망이 처벌이 이같은 재벌가의 끝없는 일탈과 그릇된 인식에 빌미를 제공했다고 진단한다. 이들은 "비리 재벌 총수 등에 대한 특별사면권을 제한하고, ‘돈과 빽'이 있다는 이유로 비리에 대한 가벼운 처벌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한 박 대통령의 약속이 앞으로도 더욱 철저히 지켜져야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물론, 재벌이라고 더 엄한 벌을 내리자는 말이 아니다. 설득력을 잃고 있는 '경제발전기여'라는 이유으로 주어지는 관용을 이제는 접고, 공평정대한 법 그대로 지은 죄만큼의 처벌을 내려야 할 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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