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이어진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의 약칭을 단통법에서 단말기법으로 바꿔달라고 언론에 요청했다. 단통법 이름이 그리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여론에서 단통법을 두고 ‘단언컨대, 통신사를 위한 법’ 등 조롱하는 것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법제처 약칭 기준까지도 거론하며 단말기법, 단말기 유통법이 맞는 표현이라고도 설명했다. 그런데 어째 정부가 진짜 고민해야할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단통법이건, 단말기 유통법이건, 단말기법이건 사실 어떤 약칭이 쓰이는지는 소비자들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내용이 중요하다. 단통법이라 부르던, 방통위 바램대로 단말기법이라 부르던 법의 변화는 없다. 개정안들은 아직 국회에서 발의만 된 상태다.

정부는 단통법에 대해 줄곧 긍정적인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단통법 시행으로 시장에서 일부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긴 했지만, 오히려 단통법 시행 전과 비교해 소비자에 불리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일단 출고가 인하 효과는 사실상 없었다.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출고가가 인하된 제품은 팬택 베가 시리즈가 사실 상 유일하다. 나머지 제품들의 출고가 인하 폭은 10~20만원 수준이다. 신형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출고가는 아직 90만원대다. 갤럭시A 시리즈가 다소 예외적인 케이스지만, 프리미엄 제품이 아닌 신흥 시장을 노린 중저가 모델이다.

구형 제품들의 경우도 비슷하다. 출시 2년이 넘은 갤럭시노트2의 출고가는 84만7000원이다. 출시 15개월이 지난 갤럭시노트3는 88만원이다. 이들 제품에는 공식 지원금이 출고가만큼 제공(고가 요금제 기준) 공짜로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중도 해지할 경우 할인받은 단말기 값만큼 도로 위약금으로 뱉어내야 한다. 일명 위약4다. 단통법 시행 후 출고가는 사실 상 그대로인데 위약금 족쇄만 강화된 셈이다.

단통법 시행 전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던 시장 기조도 여전하다. 이동통신사들은 아예 6개월 동안 요금제를 고정할 시, 지원금을 유지해주는 방안들을 내놨다. 구입 시 많은 지원금을 지급받는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고 최소 6개월 동안 요금제 이용을 사실 상 강요하는 방안이다. 단통법 시행 전 불법 보조금을 지급받기 위해선 최소 3~6개월 6만원 이상 요금제를 반드시 유지해야만 했는데, 이와 큰 차이가 없다. 합법이냐 아니냐의 차이다.

기기변경을 홀대하는 휴대폰 유통점들의 행태도 여전하다. 리베이트 금액이 적은 기기변경 가입자들에 기기가 없다고 둘러대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갤럭시노트3, 아이폰5S 등 출시 15개월 지나 보조금 제한이 사라진 ‘인기 구형폰’들은 유통점 홀대로 기기변경이 쉽지 않다.

오히려 단통법으로 인한 역차별도 존재한다. 지원금 공시가 한주마다 바뀌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초 이동통신사들은 갤럭시노트3에 출고가에 상응하는 지원금을 지급했다. 지난달 말에는 아이폰5S로 확대됐다. 그런데 2월부터 이동통신사들이 지원금을 축소했다. 1월 구입한 소비자들에 비해 이달 단말을 구입해야하는 소비자들은 같은 단말을 더 비싼 값을 주고 사야한다. 차별 없다던 단통법이 오히려 차별을 일으키는 셈이다.

단통법 시행으로 여러 소비자 불편, 불만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정부는 단통법의 전면 수정은 무리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단통법이 시장에 정착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들을 차례로 도입할 것이라는 입장만을 내놨다. 그리고 악화된 여론을 돌리기 위해 단통법을 단통법이라 부르지 않을 것을 종용한다. 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소비자들이 어떤 점에 실망하는지를 알아보고 이를 개선하기는 커녕 그저 여론 돌리기에만 급급하다. 이름만 바꾼다고 단통법에 뿔난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본질에서 벗어난 단통법 약칭 변경은 오히려 소비자 반감만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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