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사는 하도급 구조 이용해 '모르쇠'로 일관…협상은 1년 넘도록 '제자리'
대체인력 투입해 노조원 밀어내기도…조합원에겐 업무할당 안 해 '고사작전'

(사진=연합뉴스)

[중소기업신문=이어진 기자]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A/S 및 설치를 담당하는 비정규직 기사들이 살인적인 노동 환경 개선, 고용 보장 및 생활임금 쟁취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 고공농성 등을 이어가고 있지만, 원청의 무대응과 각 센터에서 대체인력 투입 등 강경 대응으로 1년이 넘도록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2일 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에 따르면 서울 명동 중앙우체국 광고탑에서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조원과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조원이 고공농성을 벌인지 54일이 넘었다.

지난달 30일 기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고객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하고 다단계 하도급 근절, 주 70시간의 장시간 노동 단축, 고용보장 및 생활임금 쟁취를 요구한지도 1년이 넘었다.

이들 비정규직 노조는 1년 동안 살인적인 노동 환경을 개선해달라며 노숙 파업, 총파업 등을 진행했다. 설 연휴 기간에도 파업은 이어졌다. 사측이 비정규직 노조원들에 지급하는 수수료의 2~3배를 지급하며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등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자, 지난달 초 현장으로 복귀했다.

비정규직 노조 문제가 1년이 넘도록 해결되지 않는 이유로는 다단계 하도급이 꼽힌다. 실질적인 고용주인 원청이 책임에서 회피할 수 있는 구조다. 원청은 비정규직 노조 문제와 관련 “협력사의 일”이라며 비정규직 노조와의 대화 자체를 사실 상 거부하고 있다.

현재 비정규직 노조와의 협의 창구는 각 고객센터 협력사로부터 교섭권을 위임받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다. 비정규직 노조는 자신들이 재수정안을 제시한 사실조차도 SK그룹과 SK브로드밴드가 알지 못하고 있었다며 교섭이 지연되는데 경총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비정규직 노조가 현장에 복귀하기 전 대체인력을 투입한 점도 교섭이 지연되는 이유 중 하나다.

비정규직 노조에 따르면 총파업기간 중 이들 업체들은 노조원에 지급하는 수수료의 2~3배를 지급하며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원청과 센터들이 노조 투쟁에 압박을 느끼면서도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는 이유는 대체인력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조에 따르면 현재 전국 각 센터에서는 대체인력을 그대로 운용하고 파업에 나섰던 노조원에게 업무할당을 거부하는 등 ‘조합원 말려죽이기’가 자행되고 있다.

전망 또한 어둡다. 지난해 을지로위원회 등 정치권도 나섰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고공농성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3일 을지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고공농성장에 방문하고 업체들에 관련 문제 해결을 촉구할 방침이지만, 뚜렷한 해결 방안은 사실 상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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