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가 ‘최악의 노동자 살인기업'으로 선정됐다. 최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으로 구성된 ‘산재사망 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이 실시한 온라인 투표에서, 1500여명의 참여 국민들중 700여명이 주저없이 삼성전자에 표를 던졌다.

캠페인단은 삼성전자가 기업 이윤추구에만 몰두해 반도체 공장 백혈병 등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을 외면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숨기려고만 해온데서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고 풀이했다. 여기에서 형성된 국민들의 삼성에 대한 곱지 않은 시각과 반감이 이번 투표결과에 그대로 표출된 것이다.

국민들이 삼성전자를 '살인기업'으로 꼽는 데는 비단 백혈병 문제 뿐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삼성이 숱한 특혜의혹을 불러일으킨 데서도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각은 싹 텄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부를 쌓기 위해 불법과 온갖 편법을 마다하지 않는데 대해 국민들은 실망을, 때로는 분노를 금치 못했다.

삼성과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왜 이처럼 싸늘한 것일까. ‘국내 대표재벌이 이럴 수 있느냐'며 국민들이 쉽사리 납득하지 못하는 몇몇 사례를 보자.

대표적인 것이 '부당이득'논란이다. 이 회장 오너일가는 세금 없는 부의 승계를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 거대한 부를 축적해 왔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SDS BW헐값 발행 혐의로 법원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은 덕분에 천문학적인 부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현재는 그 정당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현재도 이 부회장의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상장차익을 비롯한 재산형성과정을 둘러싸고 '부당이득, 불로소득'논란이 뜨겁다. 이 회장 오너일가가 과연 정당하게 벌어서 경영권 승계를 추진하고 있느냐는 물음이다.

과연 이 부회장이 거머쥔 막대한 부의 정당성에 적극적인 동의를 해줄 국민들이 얼마나 될 지는 의문이다. 최근 경제개혁연구소가 벌인 재산축적과정 정당성 평가에서 이 부회장은 1.60점을 받았다. 조사대상이었던 재벌그룹 3·4세 11명중 '꼴찌'다. 지난해말 설문조사처럼 떳떳하게 벌지 못한 돈이기 때문에 사회에 환원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게되는 국민들이 늘어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건희 회장의 사재출연 '거짓말'도 삼성에 대한 국민신뢰 저하에 한 몫 하고 있다. 이 회장은 과거 '삼성특검'이후 사죄의 뜻으로 차명재산을 실명전환한 뒤 벌금 등을 내고 나머지를 좋은일에 쓰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눈물까지 보이면서 한 약속이었지만 사재출연약속은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자그마치 7년이다. 해마다 1천억원대 안팎의 배당이익을 챙겨온 이 회장이고 보면 재원부족 때문에 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당시 국민들 앞에서 흘린 눈물엔 애당초 사재출연의 진정성이 담기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속셈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국내최대 재벌의 총수가 국민들에게 ‘허언’을 한 셈이고 도덕성시비를 낳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SDS 헐값발행문제 등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자신의 부를 자식들에게 온전하게 넘겨주는데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정몽구 회장과는 대조적으로 대국민약속을 지키지 않아 스스로 국민들의 불신을 자초한 꼴이됐다.

사재출연문제는 현재 부친이 병상에 있어 이 부회장이 대신 약속을 실천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낮다. 이 부회장은  멀지 않아 수조원대의 상속세를 내야할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는데 지배력 약화 가능성을 무릅쓰고 사재출연약속을 대신 이행할 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이 회장 병고후 뜨거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이 문제에 대해 이 부회장이 지금까지 일언반구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재출연약속은 ‘아버지의 일’로 본인과는 상관이 없다는 듯한 입장이 아닌가하는 추측을 불러 일으킨다.

삼성은 '협력사 옥죄기'로도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 과거 삼성 계열사가 협력사에 '갑의횡포'를 부렸다는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최근 집권여당의 수장인 김무성 대표는 중소기업인들과 만난자리에서 "삼성전자가 협력·납품업체들을 얼마나 쥐어짜 왔으면 이렇게 이익을 많이 내는가. 그렇게 많은 이익을 내기 보다는 납품단가를 올려주는 것이 우리 경제를 위해 더 좋은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사실상 '무노조경영'을 견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은 노조는 물론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인사라면 민간인이라도 불법사찰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최근 삼성일반노조는 '삼성재벌은 기업의 탈을 쓴 범죄조직'이라고까지 혹평했다. 삼성은 이익을 위해서라면 법으로 보장된  노동권, 인권문제 등을 소중한 가치로 여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너일가의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불법과 총수의 '거짓말', 협력사 옥죄기, 불법사찰 등 삼성의 일탈은 하나하나 열거하기 벅찰 정도다. 그래서 삼성은 국민들로부터 정도경영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이제 '이재용 삼성시대'로 바뀌는 전환점에 선 삼성이 바로 서는 길은 국민불신을 씻으면서 사회적 승인을 얻는 일부터 시작하는데 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