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무제한에 데이터 선택, LTE 이전 세대 요금제 출시 '미정'

[중소기업신문=이어진 기자] KT가 3만원대 음성 무제한 요금제를 내놨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조만간 가세한다.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들이 환영할만한 소식이지만, 국내에서 1000만명이 넘는 3G, 2G 가입자들을 위한 요금제는 별도로 내놓지 않을 전망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KT는 7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부가세 포함 월 3만원대에 음성통화와 문자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선택 요금제’를 8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KT에 이어 SK텔레콤도 미래창조과학부와의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선보이겠다고 밝혔고 LG유플러스 또한 다음주 중 유사한 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동통신사들은 이 요금제가 데이터 이용이 지속 증가하는 고객 이용 패턴 변화에 맞춰 설계됐다고 설명한다. 기존 요금제는 음성 통화, 문자, 데이터 등이 요금제 별로 제각각이었다. 음성통화가 많으면 많을수록 데이터도 더 많이 제공하며 요금도 높아진다. 하지만,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모든 요금제에서 음성과 문자를 무제한 제공하고 데이터만 차이난다.

기존 순모두다올레28 요금제의 경우 월정액 2만8000원에 망내 무제한, 망외 130분의 음성통화와 문자 무제한, 데이터 750MB를 제공한다. 상위 요금제로 올라갈수록 망외 통화와 데이터 제공량이 늘어난다. 하지만 이번에 선보인 데이터 선택 요금제는 최저가 요금제에서도 유선을 제외하고 망내외 무제한 통화를 제공한다. 무제한 음성은 유지한 채 데이터 제공량만 다르다.

유선을 포함한 완전 무제한은 5만4900원 요금제 부터다. 집전화 이용자들이 많이 줄었고 휴대폰 보급률이 90%를 넘어서기 때문에 사실 상 3만원대에서도 음성통화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8일 요금제를 출시하는 KT도 조만간 요금제를 출시하는 SK텔레콤도 LG유플러스도 휴대폰 요금제를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라 평가한다. 하지만 개편의 이면에는 3G, 2G 가입자들이 있다.

데이터 선택형 요금제라고 하지만 소비자들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음성 무제한이다. 부가세 포함 월 3만원에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들에겐 분명한 장점이다. 데이터 사용량이 적은 중장년층에 이점이 있다. 중장년층 사이에서 아직까지 피처폰, 3G폰을 사용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서라면 이들을 대상으로 한 3G 요금제도 선보였어야 하지만 이번 음성 무제한 요금제에서 3G, 2G는 쏙 빠졌다.

중장년층들에게 알뜰폰, 그것도 중저가 피처폰이나 3G폰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저렴한 요금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데이터 선택 요금제에서 3G를 쏙 빼면서 가계통신비 인하에는 인색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이들 가입자가 아직 1000만명 이상이라는 점은 이동통신사들에게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날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발표한  KT의 무선 가입자는 1분기 말 기준 1750만명이다. 이 중 LTE가입자는 1143만명이며 3G 가입자는 607만명이다.

LTE 이전 통신방식을 활용한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 수는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상당하다. SK텔레콤은 1분기 말 기준 2837만9000명의 무선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 중 LTE 가입자는 1744만7000명. 3G나 2G 가입자가 1093만2000명에 달한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전체 가입자 가운데 LTE를 제외한 CDMA 가입자는 281만명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국내 휴대폰 가입자 가운데 1969만여명이 LTE 이전인 3G, 2G 가입자다. 물론 이 수치는 알뜰폰 가입자까지 모두 포함한 수치다. 알뜰폰 가입자가 모두 LTE 가입자라 하더라도 1000만명이 넘는 3G, 2G 휴대폰 가입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음성통화를 무제한 이용할 수 없다.

KT 강국현 전무는 "3G 600만 가입자는 알뜰폰, 피처폰 가입자까지 모두 포함한 숫자다. 실제 사용자는 200만명도 채 되지 않는다. 요금제를 새로 만드는 것은 회사로서 여러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가입자도 점점 줄고 있어 굳이 요금제 복잡성을 증가시킬 필요가 없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남규택 부사장은 “데이터 선택형 요금제인데, 3G의 데이터 수요가 LTE 보다 적어서 이번에는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추후 도입을 다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라는 점을 명확히 하며 LTE 이전 세대 휴대폰 가입자들을 위한 요금제 출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측은 "음성과 문자 무제한이 포함되긴 했지만, 요금제 개편의 취지는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끔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미래부와의 협의가 마무리 단계”라며 “아직 요금제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밝힐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을 올리기 위해 2G, 3G 가입자들을 LTE로 이전시켜야만 하는 통신업계 상황 상 SK텔레콤만 단독으로 3G, 2G 용 요금제 신규 출시 가능성은 다소 낮다.

통신사들이 LTE 이전 세대 사용자들을 사실 상 천대하는 이유는 망 유지 비용 부담이다. LTE 망 구축에 수조원 이상 투입한 상황에서 기존 3G, 2G 가입자들이 남아있는 상황이 곱게 느껴질리 없다. 기존 망 가입자들을 빠르게 LTE로 전이시키기 위해 3G, 2G 요금제를 선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LTE 이전 망 가입자들이 줄고 있는데 망은 유지해야 해 통신사업자들의 유지비용 부담이 크다"며 "가능하면 새로운 네트워크 서비스로 이전시키려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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