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 이어 LG유플러스도 음성과 문자를 무제한 제공하고 데이터만 차이나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14일 선보였다. 이동통신사 가운데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선보이지 않은 곳은 SK텔레콤 뿐이다. SK텔레콤은 지속 미래창조과학부와의 협의가 끝나는 대로 요금제를 선보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경쟁적으로 신규 요금제를 선보이던 때와는 딴판이다.

LG유플러스가 지난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내놨을 당시 SK텔레콤은 같은 날 맞불을 놨다. LG유플러스 이상철 부회장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출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는 등 요금제 출시에 무게를 뒀지만, 기자간담회가 진행되던 시간에 SK텔레콤이 요금제 출시 자료를 배포하며 찬물을 끼얹었다. 당시 LG유플러스 임원들은 경쟁사 최고 경영자까지 나선 자리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상도의가 아니라며 강력 비판했다.

그러던 SK텔레콤이 이번만큼은 조용하다. KT가 요금제를 출시한지도 벌써 한주가 지났다. 인가 전 요금제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해도 됐었을 법 하지만 말을 아끼고 있다. 정부와 요금제와 관련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지난해 SK텔레콤의 행태를 고려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고객 서비스 등 본원적 경쟁을 벌이겠다고 공언한 SK텔레콤이 데이터 중심 요금제만큼은 저울질 하는 모습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SK텔레콤 장동현 사장이 영업이익 등을 고려, 고심 중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SK텔레콤 장동현 사장은 신임 사장이다. 그룹 차원에서 자신의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실적을 갉아먹는 요금제다. 가입자 당 평균매출(ARPU) 하락이 불 보듯 뻔 한 요금제다. 음성통화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가 기존 5만원대에서 부가세 포함 3만원대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택배 등 업무로 음성통화를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대거 이 요금제로 이동할 것으로 추정된다. KT도 출시 간담회에서 ARPU가 낮아질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KT의 데이터 선택 요금제는 출시 4일 만에 가입자 10만명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SK텔레콤은 휴대폰 가입자가 가장 많은 업체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경쟁사와 비슷하게 출시할 시 입을 수 있는 타격이 가장 크다.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은 약 50%다.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KT와 LG유플러스 양사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인해 받을 수 있는 타격을 합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차별화 포인트를 주지 못할 경우 SK텔레콤 가입자들의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T는 지난달 쓰고 남은 데이터를 이월하고, 다음달 쓸 데이터 중 일부를 미리 사용할 수 있는 ‘밀당’을 무기로 내세웠다. LG유플러스는 3만원대에 자사 모바일 IPTV 'U+HDTV' 서비스 제공 및 일 당 1GB 데이터를 제공하는 비디오 요금제를 선보였다. SK텔레콤도 요금제 차별화를 노릴 것으로 보이지만 영업이익 감소를 우려, 미미한 혜택 제공에 그칠 경우 가입자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000만명 이상의 가입자가 있는 2G, 3G로 대상을 확대할지 여부도 고민거리다.

여러모로 SK텔레콤 입장에서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는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님은 확실해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19일 경 SK텔레콤이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선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차별화 포인트를 잘 잡지 못할 시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 통신업계의 이목이 SK텔레콤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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