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방지 긴급상황서 비정규직은 관리대상서 방치?…'이재용 책임론' 급속 확산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이재용 삼성’시대가 본격 출범 직전에서 비틀거리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이하 삼성병원)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의 '원흉'으로 지목되면서 '국내대표재벌인 삼성이 이럴 수 있는냐'는 비난여론에 직면해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의 중대길목으로 통하는 '제일모직-삼성물산'합병에선 합병비율 불공정성 시비가 거세게 일면서 오너일가의 '배불리기를 위한 꼼수'라는 헤지펀드의 공세앞에 허둥대는 모습이다. 대를 이어 쌓았던 철옹성, ‘삼성공화국’이 위기를 맞고 있다.

메르스 확진자의 절반이 발생해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로 평가되는 삼성병원은 국민생명이 걸려있는 전염병 관리에 헛점을 드러내면서 '일류'의 명성이 허울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국민을 실망시키고 질타가 쏟아진 것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국가에게 떠 넘기는 듯한 삼성의 한심한 행태였다. 삼성은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극단적 이기주의가 모든 문제에 우선하는 '철칙'임을 다시 한번 여실히 보여줬다.

이번 사태에서 국민건강위협 최소화를 위해 메르스 확산을 막는 일이야말로 최우선적 과제라는 것은 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이 위협받는 긴박한 상황에서 삼성병원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했다. 삼성병원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메르스 감염관리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다. 정의당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생명과 안전마저 차별받아야 하는 한국사회의 야만적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비정규직에 의한 메르스감염확산 우려에도 삼성이 비정규직을 관리대상에서 제외한 사실에 많은 사람들은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분개한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이번사태에서 드러난 삼성의 ‘맨얼굴'이다. 메르스 사태 초기 삼성병원은 국민들의 목숨이 달린 사안의 심각성에도 서울시 등의 폐쇄 조치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시간은 흘러 확진자와 격리조치를 받은 사람들은 늘어났다.

그랬던 삼성의 태도는 급변한다. 지난 14일 병원의 부분폐쇄 조치를 내린데 이어, 지난 17일 삼성사장단은 ‘고개를 못들 정도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이재용 부회장도 지난 18일 삼성병원을 찾아 메르스 환자 치료 현장을 살펴보고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둘 다 공식사과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의 사과는 박근혜 대통령의 삼성병원 원장에 대한 질책성 발언 이후였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22일 앞선 이 부회장의 사과가 ‘대리사과’라고 지적하면서 ‘직접 사과’하라고 촉구한 상태다.

당초 '치외법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법위에 군림한다는 비난을 받아온 삼성의 태도는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업계에서는 삼성의 태도변화가 메르스 확산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는 이 부회장에 대한 책임론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삼성병원의 늦장대응으로 메르스가 확산됐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면서, 정치권 등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향후 메르스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 등에서 이 부회장이 출석할 지를 놓고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삼성공익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산하 기관으로 이 부회장이 이사장이기 때문이다.

재단 이사장직은 권한과 책임을 모두 갖는 자리다. 삼성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에 이름을 올리지 않으면서 법적책임에서 멀리 있는 이 부회장 이지만, 향후 국회 등의 관련조사에서 재단 산하 병원의 책임이 드러나고 재단의 관리소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재단 이사장으로써 책임에서 비켜나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요컨데 국민생명에 비상등이 켜졌음에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오너일가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다급히 머리를 숙이고 조치에 속도를 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소지가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유시민 전 장관은 최근 모 인터넷 방송에서 병원 폐쇄 조치와 관련 "재단 이사장인 정치적인 부담을 갖게 되면서 폐쇄를 결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시련은 또 있다. 삼성가의 3세경영승계를 위한 ‘신의 한 수’라고 평가돼던 제일모직-삼성물산합병은 고비를 맞고 있다. 양사의 합병비율을 놓고 불공정시비가 일면서 돈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외국 헤지펀드에게 공세를 받고 있다. '삼성SDS BW헐값발행', '일감몰아주기' 등 비난에도 끄덕없이 착착 진행돼던 삼성가의 '부의세습공식'에 뜻밖에 암초가 생긴 셈이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삼성 스스로가 자초했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한국에서 '삼성공화국'으로까지 불리는 삼성의 영향력과 제왕적 지배구조의 삼성가 족벌경영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이재용의 삼성'은 변해야 한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 초기에 스스로의 부실대응을 국가탓으로 돌린 삼성서울병원측의 적반하장식의 언사에서 엿 볼 수 있듯 삼성의 인식에 변화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삼성을 글로벌 반열에 올려놓으며 한국의 ‘스티브잡스’라는 평가까지 받왔던 이건희 회장이 자식들에게 부를 온전히 물려주려다 저지른 불법이 빌미가 돼 국민들에게 내민 '사재출연약속'을 장장 7년여동안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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