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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칼럼>기우제를 계속 지내야 하나
2015년 06월 24일 (수) 09:16:12 김영환 webmaster@smedaily.co.kr

   
▲언론인 김영환
소양강댐 기우제가 지난 3월 준공 41년만에 처음 열렸습니다. 비가 오지 않아 풍요롭던 소양강 댐의 상류는 하얀 맨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상 최저 수준의 수량입니다. 중부의 극심한 가뭄은 38년의 가뭄  대주기에 들었기 때문이라는 기상환경 학자의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 3월 말 강화군 밭 두 고랑에 감자를 심었습니다. 그런데 자라지를 않았습니다. 씨감자 탓만 하고 있었는데 한 열흘 전에 비닐을 덮어씌운 곳에 손가락을 넣어보니 부엌 아궁이의 재처럼 뽀송뽀송했습니다. 절반가량이 죽었습니다. 진작 물을 주어야 했는데 감자는 심을 때만 주고 내 할 일 다 했다라고 생각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참 무심했습니다. 왜 올해는 보랏빛 꽃을 보여주지 않느냐고 푸념만 늘어놓았죠. 메추리알 같은 감자나 얼마 거둘 모양입니다.

강화군이 극심한 가뭄입니다. 남한의 북서부 거의 끝자락에 있으니 이변이 일어날 수도 있는 까다로운 지역입니다. 우리나라 연간 평균 강수량이 1300밀리미터 정도인데 6월이 다 지나가도록 강화도엔 겨우 130밀리미터 남짓 내렸으니 해갈이 될 리가 없죠. 강수량이 작년에 훨씬 못 미칩니다. 섬의 남서부 일부는 그나마 마니산이 품은 저수량으로 좀 견디는 셈입니다. 북부와 남동부가 아주 심합니다. 고려가 몽골군과 싸우면서 개경에서 강화로 39년간 수도를 옮겨 간척한 바다의 논밭에는 가뭄에 어떻게 물을 댔을까요. 이러니 물을 퍼 올리는 용두레와 저수지가 많아 생겼겠지요

요즘 모를 겨우 낸 농민들도 안심할 수 없어 거의 물의 흔적만 남은 개울 바닥에 양수기 파이프를 꽂고 물대기에 바쁜 나날을 보냅니다. 장마가 7월에나 중부로 올라온다고 하니 수심에 찬 농부들은 기우제라도 지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여 민심이 좀 사나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일요일 강화도 남동부 화도면의 가뭄 현장을 찾아 소방 호스로 벼논에 물을 뿌려 주었습니다.

예부터 지도자들은 농업에 각별한 애정을 가졌습니다. 10세기부터 고려의 왕은 친경, 왕비는 친잠을 했습니다. 조선 세종은 경복궁 후원인 향원지 인근에 논과 밭을 조성하여 작목을 연구하며 친경을 했고 농사직설이란 영농기술 서적을 편찬시켜 전국에 배포했습니다.

거의 천수답이었을 당시 비가 안 오면 임금은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숙종은 “밭두둑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백곡이 이미 다하여 추수를 바랄 길 없다. 오장을 불에 굽는 것 같되 구제할 길을 알지 못하겠다”고 기우제 거행을 전교했습니다. 숙종은 또 “고요히 그 허물을 생각하니 과인의 부덕에 있다. 등용이 고르지 못하여 그러냐. 궁금(宮禁)이 사치해서 그러냐, 언로가 막혀서 그러냐. 어루만져 구휼하지 않아서 그러냐. 뇌물을 자행하며 남을 섬기기를 좋아해서 그러냐. 아침저녁 근심하고 두려워해도 그 까닭을 알지 못하겠도다. 아! 조야 사이에 삼가고 화합하는 의리는 듣지 못하겠고 오직 정해진 예론을 가지고 현란하게 소요를 일으키니 내가 심히 미워한다”며 자책하고 신하들을 비판하면서도 널리 직언을 구했습니다. 뭐든지 남의 탓으로만 돌리는 지금의 정치인들이 결코 자공(自供)하지 않을 말을 임금이 주저 없이 표현했죠. 가뭄으로 가장 중요한 농업이 타격을 받고 굶어죽는 백성이 속출하는 나라에서 이를 막고 속죄하려는 임금이 무슨 말인들 못했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요즘 가뭄이 들자 4대강 논란이 또 도졌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저수량이 7억 톤이나 늘었는데 다른 곳은 가뭄으로 아우성이라고 비난합니다. 야당 대표가 강원도 대관령의 가뭄 현장에 가서 가뭄과 4대강에 정치공세를 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았으면 그 물은 거의 바다로 흘러갔겠지요. 4대강 사업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본류에 토사를 제거하여 물을 채웠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4대강 사업이 ‘진정한 녹색뉴딜 사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치인들의 고질병은 물리적인 현상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풍부한 물이 있으면 논밭에 댈 수 있도록 지류와 지천에 후속 조치를 취해서 정비 예산을 배정했으면 될 일입니다. 국회는 4대강이라면 무조건 운하라면서 이를 악물고 반대해 정부가 제출한 2012년 예산안에서 5,500킬로미터의 1차 농업용수 공급시설을 만들 2,000억 원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은 내 운하용 물이니 논밭에 쓰지 말라고 했던가요.

150일 동안 놀고먹었던 19대 국회는 늘 딴짓을 하다가 무슨 일만 터지면 남부터 비난합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말대로 “내 탓이오”라고 해보시죠. 이런 정치에 신물이 납니다. 고도성장은 옛날이야기고 성장률이 일본의 절반 남짓인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나라가 주저앉고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과 메르스와 가뭄에 자신들도 책임을 통감해야 할 구성원들이 있습니다. 국가 예산을 떡 주무르듯 하면서 입법 만능을 읊고 이를 실천 중인 사람들. 아무런 사전 예방책을 세우지 못한 입법부 국회의원들입니다. 권리에는 의무가 따릅니다.

방법은 하나뿐. 내년 총선에서 애국 시민들이 비애국의 DNA를 대대적으로 걸러내야 합니다. 국민들의 지지를 5퍼센트 밖에 받지 못하는 19대 국회는 사실상 탄핵 받은 국회입니다. 대통령도 식물로 만드는 그 잘난 의회 독재 권력으로 세월호와 메르스와 가뭄은 왜 막지 못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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