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세무조사에 '정부·기업 반론란' 신설 등은 '길들이기' 의혹

[중소기업신문=이어진 기자] 다음카카오가 최근 모바일 분야에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뿐더러 다음카카오가 최근 뜬금없이 뉴스화면에 정부와 기업의 반론댓글란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은 '외압'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지난해 감청영장 불응 사태로 대립각을 세웠던 다음카카오에 대해 사실 상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26일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지난 16일 국세청이 다음카카오를 갑작스럽게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은 다음카카오가 정부의 입맛에 맞게 행동하지 않는데 대해  일종의 길들이기 차원의 표적 세무조사인 것 같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최근 모바일 집중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카카오택시를 시작으로 카카오TV 등을 선보인데 이어 이달 말에는 카카오톡 대화창 내에서 검색이 가능한 샵검색과,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카카오채널의 공식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한 이후 선보이는 서비스 가운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로 꼽힌다. 하지만, 특별 세무조사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올 시 활동에 다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음카카오가 감청불응선언을 한 것이 세무조사등의 배경이 됐을 것이란 풀이가 많다.  다음카카오는 지난해 10월 합병 직후 카카오톡 검열 논란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수사기관에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며 사용자들 사이에서 ‘사이버 망명’이 줄을 이었다. 급기야 다음카카오 이석우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감찰영장 집행에 대해 불이행하겠다는 폭탄 선언을 했다. 사용자 신뢰를 되찾기 위한 일이었지만, 정부와 사실 상 정면 대립하는 모습이었다. 업계에서는 사실 상 정부의 눈 밖에 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당 등은 법 집행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공세를 펼쳤다.

수사 당국은 지난해 말 카카오그룹을 통해 유포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사전에 전송을 막거나 삭제하는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다음카카오 이석우 공동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감청영장 불응을 발표한지 불과 2달여 지난 시점이어서 이때도 보복수사 논란이 일었다.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착수한 시점은 16일 오후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개원을 불과 10여일 앞둔 상황이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처럼, 세무조사 이후인 22일 언론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오피셜 댓글 서비스 도입을 밝혔다.

이 서비스는 기자와 독자가 소통하는 동시에 취재 대상이 된 정부나 기업이 직접 반론·해명할 수 있도록 뉴스 화면에 별도의 공식 댓글란을 신설하고 당사자들에게 공식 댓글용 아이디(ID)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작성할 시 적극적으로 해명할 수 있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소지가 많은 서비스를 그것도 세무조사 이후 도입을 밝힌 점 때문에 석연찮다는 반응들이 지속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지난 23일 오피셜 댓글 서비스와 관련 “개별피해자의 반박 계정이야 그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정보와 여론의 균형상 정부 부처에게까지 반박 계정을 굳이 보장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정부야 굳이 반박계정을 통하지 않고서도 공권력의 힘을 통해 충분히 반론권이 보장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피해자 반론권 보장 차원을 넘어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는 없는지 균형 있게 접근해야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뭔가 잘못한게 있으면 당연히 조사받고 세금을 내야겠지만 왜 다음, 다음카카오 세무조사는 광우병 첫 보도 25일 후, 세월호 사건 10일 후, 메르스 발병 26일후에 실시할까”라며 “음모론자가 아니라서 우연을 믿지만 세 번 연속 우연한 사고를 당하는 사람이나 기업은 속이 많이 상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지난 18일 다음카카오의 세무조사와 관련 새정치민주연합 허영일 부대변인은 “국세청이 포털업체인 다음카카오 특별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시기와 배경에 있어서 의혹을 살 수 있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매서는 안된다”며 “다음카카오는 광우병 파동과 세월호 사건 직후에도 특별세무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메르스’ 위기 상황에서 또다시 특별세무조사가 진행된 것은 ‘포털사이트 길들이기’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26일 박근혜 대통령은 제주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출범식 후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등의 안내를 받으며 혁신센터의 주요 시설을 시찰하고 기능을 점검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