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이건희 삼성'에서 '이재용 삼성'으로 가는 변화의 길목에서 삼성이 오너일가의 이익과 명예에 관련된 문제는 모든 가치에서 우선한다는 편협한 기업문화가 뚜렷함을 엿볼 수 있다.

그 사례는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굵직굵직한 몇몇 사례를 보자. 와병중인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08년 '삼성특검'에서 드러난 편법적인 부의세습의 잘못을 사과하고 차명재산을 실명전환해 벌금과 세금을 내고 남은 돈을 좋은 일에 쓰겠다고 눈물을 보이며 대국민 약속을 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7년 여의 세월이 흐른 지금 실종되고 말았다. 정몽구 회장과는 달리 삼성은 일단 소나기는 피했으니 ‘없던 일’로 치부한 듯하다. 현 시점에서 이 회장은 자신의 배를 불리기위해 대국민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는 비난에서 비켜나가기 힘든 모습이다.

지난해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의식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사재출연약속의 실현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와병중인 이 회장은 말이 없다. 이 회장의 '삼성SDS BW헐값발행'과 일감몰아주기로 '돈방석'에 오른 아들 이재용 부회장 역시 이 문제에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돈 때문에 삼성오너일가의 입이 굳게 다물어져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온다.

향후 이재용 부회장이 합병법인의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설 예정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추진과정에서 합병비율을 둘러싼 불공정논란이 뜨거운 것도 소액주주보다는 이 부회장에게 거대 합병이익을 안겨주려는 ‘불공정한 의도’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삼성측은 합병에 법상 하등 문제가 없다면서 시너지효과를 강조하지만 자산이 휠씬 많은 삼성물산 주식 3주가 자산이 적은 제일모직 1주가 된다는데 물음표가 끊이질 않고 있다. 왜 하필 삼성물산이 저평가된 상황에서 합병을 추진했는가에 대한 의혹도 꼬리를 물고 있다. 이는 외국 헤지펀드의 공세의 빌미가 됐고, 삼성이 화를 자초했다는 시민단체들의 지적이 나왔다. 급기야 일부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은 '국익과 시너지'를 외친 삼성에 등을 돌려 '먹튀'라는 오명이 붙은 엘리엇에 힘을 싣고 있다.

만약 합병이 성사되면 이 부회장은 핵심계열사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게 된다. 현재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0.5%, 삼성물산의 보유지분은 4.1%다. 이는 삼성이 이 부회장의 합병이익극대화를 위해 합병비율을 산정했다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중 하나다.

'메르스 사태'에서 삼성은 사실상 삼성그룹 경영권을 장악해 ‘제왕’자리에 오른 이 부회장의 책임문제를 덮으려는데 급급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된 삼성병원의 부실대응으로 온 국민이 공포에 떨고 있음에도 국가 탓을 하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던 삼성측은 공익재단 이사장으로서 이 부회장의 책임론이 비등하고 나서야 머리를 숙였다. 삼성의 ‘제왕적’ 기업문화에 국민은 결코 중요한 존재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대국민사과전까지만 하더라도 메르스에 대한 삼성병원의 대응은 분노를 자아낼 정도였다. 삼성병원은 메르스 확산위험에도 폐쇄조치에 반대하고, 국가가 뚫렸다면서 부실대응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다. 법위에 삼성이라는 비난이 터졌다. 또, 비정규직들을 감염관리의 사각지대에 방치했다. 재단 이사장직은 권한과 책임을 모두 갖는 자리로 법적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리다. 삼성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에 이름을 올리지 않으면서 법적책임에서 멀리 있는 것과 다른 상황이라는 말이다.

이런 사례들은 삼성의 지극한 ‘오너모시기’로 압축된다. '관리의 삼성'으로까지 불렸던 삼성이 이 부회장체제아래서도 여전히 제왕적지배구조가 공고하게 구축돼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시대가 열리면서 전향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기대는 접어야할 것 같고 총수일가에만 충성하는 전 근대적인 제왕적 경영체제는 더욱 굳건해질 전망이다. '무노조경영원칙'도 철저하게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국민적 기업이다. 국민경제의 삼성에 대한 의존도는 높다. 삼성이 바로서야 국민경제가 건전한 발전을 하게 된다. 하지만 삼성은 후계승계시점에도 전혀 변화의 조짐이 없다.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삼성의 ‘오너모시기’가 끝내 삼성의 위기로 초래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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