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주총에서 통과되면서 '이재용 삼성'은 한층 탄탄해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삼성자본은 주주가치를 외면하고 소수 오너일가의 배를 불리기 위해 집중하는 그룹이라는 이미지를 또렷하게 남겼다.

이번 주총을 계기로 삼성을 외면하고 등지는 국민들이 더 양산되는 모양새다. 3세 경영체제 전환을 계기로 부당이득, 제왕적 지배구조, 무노조경영 등 전근대적인 경영행태를 말끔히 청산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접어야 할 판국이다. 다시 말해 ‘이재용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사회적승인은 요원해질 전망이다.

이번 합병 주총에 반대의견을 낸 많은 소액주주들과 시민단체들은 삼성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이재용 체제에서는 어떤 전향적인 변화가 오지 않겠느냐 하는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삼성물산 주총에서 합병안이 69.53%를 얻어 통과됐지만 삼성이 결국은 주주보호보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만 배불리는 '불공정합병'을 성공한데서 변화에 대한 희망은 사라졌다고 많은 소액주주들은 한 목소리다.

이번 합병통과로 이 부회장은 앉아서 천문학적인 부를 거머쥐게 됐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율이 0.5%에 불과하지만  이번 합병승인으로 삼성물산이 보유한 핵심계열사 삼성전자 지분 4.1%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현금으로 살 경우 약 8조원대의 자금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이 부회장은 이번 합병으로 통해  돈 한 푼 안들이고도 삼성전자 지분 4.1%에 해당하는 지배력을 갖게 되는 셈이다.

바로 이 대목을 둘러싸고 그동안 논란이 뜨거웠다. 삼성이 주주가치보호라는 주식회사의 본질을 외면하고 불공정한 합병비율로 이 부회장의 배를 불리는 합병결정을 했고 끝내 주총에서 이를 밀어부쳐  표 대결에서 승리했다는 비판여론이다. 다시 말해 삼성은 오너일가에 엄청난 부를 안겨주는 일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주주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 한 기업문화가 또렷함을 다시 한 번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합병의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 등 일부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들은 주가가 기준이라고는 하지만 왜 제일모직보다 자산이 휠씬 많은 삼성물산이 3분의 1 비율로 합병돼야 하는지에 대한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합병의 본질이 사실상 소수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을 희생시킨 오로지 ‘오너’만 바라보는 족벌경영의 제왕적지배구조 폐단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례라고 성토하고 있다.

일부 소액주주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합병 말고도 그동안 삼성이 ‘불공정 꼼수’로 오너일가의 부를 천문학적으로 불려온 것을 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문제에 대한 인식은 거의 마비상태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비판한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헐값발행 논란, 삼성SDS 상장차익의 부당이득 논란 등에도 입을 닫고, 귀를 막고 있다. 부의 축적과정에 대한 정당성 논란은 국민피해에서 출발하는데도 삼성의 눈에는 오너일가의 이익만 중요하지 국민들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최근 ‘메르스 사태’에서도 삼성의 경영행태가 ‘반 사회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된 삼성병원은 부실대응은 물론, 정부 역학조사를 방해하고 비정규직을 감염사각지대에 방치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운명을 달리한 사람이 속출하는 등 국민들의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이 병원측 관계자는 “국가가 뚫린 것”이라고 말하면서 책임회피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법위의 삼성’이라는 비난이 터져 나왔다.

오만방자하다는 평가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부실한 대응과 ‘입’으로 빈축을 샀던 삼성은 삼성병원을 관리하는 공익재단 이사장으로서의 이재용 부회장의 책임론이 일자 태도가 급변했다. 사장단들의 사과에 이어 이 부회장도 직접 고개를 숙였다. 국민들의 생명에 직결되는 사안에도 책임회피에 급급하는 모양새를 보이다가 오너일가의 책임론이 거세지면서 하루아침에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이 부회장은 공익재단 이외 일반 삼성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아 '책임경영'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너로서 막강한 경영권한은 휘둘러도 경영실패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데 대한 비판이나 책임에서 자유롭겠다는 계산인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것이 삼성의 ‘제왕적 경영체제’의 폐단이다.

이 부회장은 부친 이건희 회장이 '삼성비자금'사건당시 국민들에게 약속했지만 7여년 동안 단 한 푼도 내놓지 않는 사재출연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꼭 다물고 있다. 그가 이 문제를 없었던 일로 지나칠 경우 이 회장은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것으로 결론 나게 된다. 즉 삼성과 오너일가는 국민을 우롱한 셈이다. 그러한데 이 부회장이 ‘사회적 승인’을 얻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지는 그야말로 미지수다.

최근 삼성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이재용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를 점점 낮추고 있다. 편법승계로 얼룩진 삼성가의 3세 경영체제 구축에 박수를 보내줄 국민들이 얼마나 될 지가 의문이다. 그만큼 '이재용 삼성'의 사회적승인은 요원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스스로 무덤을 파는 전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