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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칼럼>한명숙의 이상한 당당함
2015년 08월 28일 (금) 09:17:01 김영환 webmaster@smedaily.co.kr

9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71)가 5년 1개월 만에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000만 원의 확정판결을 받고 지난 24일 수감되었습니다. 국회의원직도 상실한 그는 판결 직후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저는 ‘무죄’입니다. 비록 제 인신을 구속한다 해도 저의 양심과 진실마저 투옥할 수는 없습니다”라는 강경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사법 정의가 죽었다'는 의미로 입었다는 검은 상복에 한국여성단체연합 소속 회원 100여 명이 결백의 상징으로 준비했다는 백합꽃과 성서를 들고 한 전 총리는 구치소로 들어갔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이렇게 사법부의 최종심을 비웃는 당대의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을 보면서 도대체 무엇이 그를 이렇게 당당하게 만들
   
▲ 언론인 김영환
었을까 황당해하면서 정말 이것이 정치탄압일까라고 의문을 갖기도 할 것입니다. 물론 거짓말도 자주 하면 믿게 된다는 선동가의 말을 그는 신봉하는 것인가, 치부를 덮으려는 정치 쇼라고 그의 결백을 의심하는 사람도 많겠고요.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빼면 최고급의 여성 지명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무총리, 3선 국회의원, 여성부, 환경부 장관에 제1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 대표 역임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고 2010년에는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여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에게 0.6퍼센트포인트라는 아주 근소한 차이로 석패한 이력이 있습니다. 여성계와 좌파의 대모(代母)라는 말을 듣는 그가 구치소에 들어가던 날 많은 여성계 인사와 야당 국회의원들이 그를 배웅했습니다.

카랑카랑하고 단호한 어투, 안경 너머로 사람을 꿰뚫는 눈빛, 그러면서도 온화한 얼굴은 그가 총리 시절 국회의 대정부질문 답변 때 보여준 그대로입니다. 게다가 불문학을 했다는 이유로 더 친근감을 주는 그는 리더에 어울리는 풍모라서 속으로 대선후보감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명숙 당시 총리를 염두에 두었다고 합니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 5월 출간된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의 회고록 ‘바보, 산을 옮기다’에 실렸습니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대선후보가 되면 자신의 이념 문제가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도 합니다.

자신의 말 그대로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2012년 19대 총선의 선거연대를 위해 손잡았던 통합진보당은 위헌 정당임을 이유로 작년 말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되었습니다. 그가 곳곳에서 이정희 통진당 공동대표와 활짝 웃으며 손을 맞잡고 흔들 때에 국민들의 애국심도 흔들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통진당 재판 과정을 보도하는 방송 매체에서 그런 영상은 자주 노출되었습니다. 스스로 약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시대에 맞게 궤도를 수정하지 못한 의식화의 실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결국 그는 ‘묻지마 식’의 야권후보 단일화로 통진당의 원내 교두보를 만들어주는 데 크게 기여했고 민주당에게 ‘종북의 숙주’라는 치명상을 안겨 정권 창출에서 멀어지게 하는 데 일조했다고 판단할 국민이 많을 것입니다. 노무현 추도식에서는 대통령을 지낸 고인을 배려한다고 하여 제단에 깔아놓은 태극기를 어쩔 수 없이 맨발로 밟고 묘비에 헌화한 것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대선 경선을 앞두고 건설회사 대표로부터 받은 정치자금의 일부가 여동생의 전세금 1억 원으로 들어간 물증이 드러나 대법관 전원은 그가 최소한 3억 원은 받았다는 것을 인정했고 나머지 6억 원은 8대 5로 유죄가 우세했습니다. 내가 받은 돈은 깨끗하고 남이 받은 돈만 더럽다는 이중 잣대는 스스로 우파보다 청렴하다고 과신하는 좌파들의 윤리에도 어긋나는 것입니다. 판사가 대통령에게 대놓고 야유하는 지금이 그럴 세상도 아니지만 만약에 탄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믿은 사람이라면 조금치의 빌미라도 제공하지 않으려고 더욱 더 자기 관리에 철저를 기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이 최종 판결을 놓고 야당 지도부는 국민에게 진솔하게 사과하기는커녕 정치적 탄압이고 사법부의 정치화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야당의 사법부 규탄은 삼권분립에 어긋나는 것이며 법원에 떼로 몰려가 재판하는 법관들에게 위압감을 주는 것도 삼가야 할 일입니다.

간첩이라는 심증이 확실해도 결정적인 증거의 부족으로 무죄 석방되는 나라입니다. 이 사건의 1심 판결처럼 자신들에게 이로운 판결이 내려질 때에는 “정의의 승리”라고 찬양하다가 심급을 달리하여 유죄로 바뀌면 “정치 탄압”이라고 표변하는 태도는 국가 지도자의 처신이 될 수 없습니다.

이 나라를 좀먹는 불신의 정치는 정치인들의 부정부패가 누적시켜온 것입니다. 복잡할 것이 없어 보이는 단순한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놓고 이렇게 판결에 유례없이 긴 시간이 걸린 것을 두고 너무 피의자에게 배려가 심했다는 비판도 일었습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혹평합니다. 축의금 15만 원을 훔친 60대 생계형 좀도둑이 징역 3년 선고를 받는 나라입니다. 혹시 2심과 3심에서 징역형이 선고, 확정됐어도 현역 국회의원임을 고려하여 추상같이 법정 구속하거나 즉각 수감하지 않았고 국회의원 임기를 거의 끝내가는 시기에 확정 판결을 내린 ‘과공’이 그의 부당한 분노를 키울 시간을 벌어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판사는 판결로만 말한다"는 법언이 있고 대한민국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이지만 이렇게 사법부의 판결을 명예훼손 수준으로 업신여기는 행태에 대해서는 단호한 자구책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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