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가격'에 삼성물산 자사주 매입해 주총서 합병찬성 이끄는데 '1등공신'
주가급락으로 투자성적표는 '참담'…일부 주주들, 오너 등 경영진 '배임론'도

'통합 삼성물산' 출범의 1등 공신 KCC가 막대한 평가손실에 신음하고 있다. 앞서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불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삼성물산 합병이 최대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KCC는 7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들여 삼성물산 자사주를 매입, '백기사' 역할을 자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KCC는 주총이후 삼성물산 주가가 곤두박질 치면서 수천억원대의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자사주 매입 결정이 잘못됐다며 경영진에 배임죄를 물어야 한다는 성난 일부 소액주주들의 외침이 들리기도 했다. KCC가 처한 이같은 뒤숭숭한 현실은 통합 삼성물산 출범을 계기로 한껏 기대치를 높이고 있는 삼성측의 표정과 너무 대조적이라는 평가다.

1일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CC는 지난 6월 삼성물산의 보통주 자사주 899만557주를 장외매매로 주당 7만5000원, 총 6742억9177만5000원에 매입했다. 현재 KCC 보유 삼성물산 지분은 5.96%다.

당시는 엘리엇이 합병비율을 문제삼으며 삼성물산 합병에 제동을 걸면서 엘리엇과 삼성측간에 치열한 지분경쟁 가능성이 지펴지던 상황이었다.

KCC의 자사주 매입과 주총 의결권행사는 삼성측의 우호지분 증가로 귀결된다. 이에 엘리엇은 KCC의 자사주매입은 배임의 가능성이 있다며 가처분신청에 나섰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결국 KCC는 지난 7월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찬성'에 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주총이후 삼성물산 주가가 뚝 떨어져 KCC의 평가손실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물산 주가는 지난 6월 8일 장중 8만400원에서 지난 27일 종가 기준 4만8100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자사주 매입가격 7만5천원을 기준으로하면 KCC는 현재 35% 가량의 손실을 입은 상태로, 자사주 매입분에서만 2400억원대에 달하는 평가손실을 입은 상태다.

KCC 자체 주가도 부진한 상태다. 합병이슈가 한창 진행되던 지난 7월 중순에는 55만원도 넘보던 KCC 주가는 이날 38만2000원으로 마감했다.

이에따라 소액주주들의 표정도 곱지 않은 모습이다. 사실 KCC의 삼성물산 자사주 매입 소식이 전해질 당시 KCC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왜 KCC가 7000억원대 거액을 투자하면서 주주들에게는 합당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는지를 문제삼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삼성물산의 합병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가격이 주당 5만7234원, 자사주 매입이 실제 이뤄진 11일 종가 기준으로는 6만9700원이었다는 점에서 왜 7만5천원이라는 비싼 가격에 자사주를 매입했는 지를 두고 의심이 깊어진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아직 KCC의 투자성적이 평가손실인 만큼 통합 삼성물산 주가향방이 KCC의 명운을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 주식은 15일 합병 신주가 새로 상장돼 거래가 재개될 예정이다.

한편, KCC는 일감몰아주기 '꼼수'의혹을 받고 있다. 27일 KCC건설의 2015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매출은 4946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1398억원이 특수관계자와 거래에서 발생했다. 특히, 회사 지분 36%를 보유한 최대주주 KCC가 1144억원대 매출을 몰아줬다.

하지만 이 회사는 일감몰아주기 대상이 아니다. 당초 KCC건설은 정몽열 사장이 24.81%, 정상영 명예회장이 5.68% 지분(오너일가 지분율 30.49%)을 보유해 일감몰아주기규제 대상이었지만, 정 명예회장이 지분 0.5%를 매각하면서 단 0.01% 차이로 규제대상에서 벗어났다.

이를두고 일각에서는 사실상 일감몰아주기는 지속하면서도 '꼼수'를 써 규제를 피해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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