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과 토지보상, 그리고 광명시의 '주민전쟁'

▲ 이찬만 토지보상전문 행정사
최근 광명시 곳곳에서 도시재정비촉진지구(이하 도촉지구)지정 문제로 지역주민간에 논란이 한창이다. 개발사업을 진행해야한다는 쪽과 이를 반대하는 측이 팽팽이 맞서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주민들은 자신들이 낸 돈이 줄줄 세고 있다는 점에서 개발사업은 중단돼야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개발로 인해 자신들의 주거불안을 우려해 강력한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다. 광명지역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아 이들의 대부분은 분담금을 내지 못하고 결국 쫒겨 나는 신세될것이라는데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광명지구는 지난 2007년 도촉지구로 지정되었고 2009년 재정비촉진계획이 결정됐다. 광명사거리 주변 24개 구역을 지정하였으니 개발사업의 규모가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지역주민의 반대로 5개 구역이 지정 해제되기도 하였지만 다른 구역에서는 일부 주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광명 16구역의 신청에 대해 관련기관 간 협의, 주민공람, 건축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8월 18일자로 사업시행인가가 났다. 광명지구에서 제일 처음 인가가 난 것이다.

하지만 많은 주민들은 이를 반가워하지 않는다. 이들은 개발사업 자체를 반대하며 주민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각종 반대 활동을 벌이고 있다.

광명 16구역에서 만난 비대위원인 서정학(66,운수업)씨는 “원주민의 땅을 빼앗아 가진 자들의 배를 불리는 개발사업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소릴 높였다. 16구역의 서 위원을 비롯한 비대위원들은 지구지정해제를 목적으로 하는 행정심판을 제기 하였으나 기각된 후에 다시 서 위원이 중심이 되어 행정소송을 같은 목적으로 제기해 둔 상태이다.

주민들은 개발추진위와 정비업체가 불투명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불만, 사업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비대위원장회를 이끄는 정만규 회장(75, 광명11구역비대위장)의 말을 들어보면 일견 수긍이 간다. 정 회장은 처음 11구역 추진위원회의 감사였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재개발 사업을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추진위와 정비업체의 은밀한 거래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주민의 혈세가 빠져 나가는 것을 목격한 정 회장은 감사를 사퇴하고 반대운동에 가담했다.

추진위와 정비업체의 금전소비대차계약서에는 정비업체의 불법성 지출현황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광명시의 통장들에게도 현금으로 지급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렇게 해서 정비업체 대표 모씨는 7년형을 받고 복역 중에 있으며 추진위의 몇몇 임원들에게는 벌금형이 내려졌다.

“관주도의 개발사업은 이래서 안 된다. 지역주민에 의한 개발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 회장의 지론이다. 따라서 전면적 개발 보다는 가로주택정비사업 처럼 작은 규모의 개발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곳 주민들은 무엇보다도 자신들이 주거불안정상태에 놓일 것을 우려해 반대의 깃발을 높이 들고 있다. 광명지구 내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그들의 80%는 입주를 하지 못하고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한다. 단독주택을 가진 사람들도 전세 보증금 빼주고 나면 추가 분담금도 마련하지 못해 결국 현금청산을 한 후 급기야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비대위원회에 가담한 사람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광명시 당국은 많은 주민들이 재개발을 이렇게 반대하는데 왜 추진을 강행하느냐는 질문에 담당 국장은 “매몰비용이 너무 많아 이제는 사업을 중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주민을 위해 마을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개발사업이 이토록 진흙탕 싸움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광명시측의 주장에 따르면 주민의 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일반분양에 소형아파트를 대폭 확대했다고 한다. 아울러 사업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주민의 재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임대아파트 의무비율을 기존 17%에서 5%로 완화했다고 한다. 또 주민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주민의 30% 이상이 반대하면 사업을 재고한다는 내용에서 30%를 25%로 완화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비대위는 주민의 25%에 달하는 반대동의서를 받아 시에 제출하여 다시 주민의 의사를 물어봐야 하는 게 순서 아닐까?

필자의 이 질문에는 광명1구역 비대위원장인 최경자(55,여)씨가 나서서 말문을 열었다. “이미 조합이 형성된 8개 구역 중 5개 구역이 25%가 넘는 반대동의서를 제출해 주민투표를 하자고 주장했다. 1구역에서는 26.7%, 10구역에서는 32%가 넘었다”고 하며 “그러나 유야무야 되어 사실상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고도 했다. 또 투표를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매몰비용을 너무 많이 썼기 때문이라고 하여 명예훼손사건까지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명16구역은 이러한 주민들의 반대움직임에도 사업이 강행되어 사업인정고시가 났다. 행정소송을 제기한 서정학 위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돈과 품을 들여 변호사에게 소송을 위임했다. “국가가 정당한 보상을 해 준다면 누가 이 짓을 하겠습니까?”라고 반문하며 “용산 참사도 그래서 일어난 사건 아닙니까? 국가가 도와주지 않으니 직접 나설 수밖에요”라며 일전을 불사할 것을 다짐한다.

결국은 보상의 문제이다. 우리 헌법 제23조 제3항에서는 재산권의 수용, 사용, 제한 및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정당한 보상에 대해서도 헌재는 완전한 보상을 의미한다고도 했다.

정당하고 완전한 보상이 헌법에 버젓이 규정되어 있음에도 토지보상이 문제가 되어 수년 째 진흙탕싸움을 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없다. 토지보상은 신의 영역인가.

                                                                                               이찬만  행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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