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고발 악용하는 사례 늘어 '고소하고 보자식'
한해 53만건, 기소율은 고작 20% 그쳐 '불명예'

[중소기업신문 = 기획취재팀] 고소·고발을 남발하거나 악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사법력 낭비는 물론 매년 무죄판결에 따른 국가(형사)보상액이 1000억원대가 넘어서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6월30일 1900여건의 고소·고발을 남발하던 A씨가 법정 구속됐다. A씨는 자신의 직장동료 등을 상대로 고소·고발 등을 일삼다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

A씨의 고발 건수는 서울중앙지검 등 전국 10개 검찰청 합산 총 1953건(4001명)으로 드러났다.

특히 A씨의 고소건이 많았던 광주지검의 경우 총 고발건수 1543건 중 각하(32.6%), 혐의없음(26.3%) 처분된 사건이 전체의 과반(58.9%)을 넘었다. 다른 검찰청에 고발한 사건 가운데 순천지청에서 약식 기소된 1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각하 등의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대전지법 공주지원은 지난 7월 주민 B(55)씨를 무고교사, 명예훼손, 모욕, 협박, 폭행,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B씨의 고소‧고발 건수는 14건에 이른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1월 마을이장이 마을 수도공사 현장에서 관계자를 협박해 100만원을 갈취하고 다른 사람 집에 침입해 협박했다는 등의 허위사실을 마을방송을 통해 알려 명예를 훼손한 혐의다.

그 밖에도 C씨는 아버지가 자신을 성추행했다며 신고해 아버지가 구속되자 “아버지의 잔소리가 싫어 허위로 꾸며낸 일”이라며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C씨의 아버지는 뒤늦게 딸의 자백으로 풀려났다. 

법무부가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검·경에 접수된 고소·고발 건수는 2012년 51만4560건(72만4116명)에서 2013년 54만3655건(75만8785명), 2014년 52만7205건(72만3223명)으로 연평균 52만8503건(74만2041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28만2442건(40만7626명)으로 지난해보다 증가세다.

고소고발은 전체 형사사건의 약 30%를 차지한다. 이는 사법 체계가 비슷한 일본보다 약 60배가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민사 소송의 경우 개인이 변호사를 선임하고, 증거도 확보해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로 어려움이 따르는 반면 고소‧고발은 수사기관에서 사건을 수사하기 때문에 일부 민원인들은 이를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이런 고소‧고발로 인해 정작 재판장에 선 사람은 연평균 13만8785건, 15만3583명으로 기소율은 고작 20.7%(인원 기준)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가 '고소‧고발 공화국'이라 불리는 불명예스러운 이유다.

이런 현상은 수사‧사법 기관의 업무를 가중시키고 그에 따른 인력 낭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접수단계에서 걸러내는 장치가 없기 때문에 접수만 하면 쉽게 사건이 배당되고 수사가 끝날 때까지 진행된다.

특히 이같은 고소‧고발의 남발은 수사기관의 잘못된 수사와 기소로 이어지고 억울한 옥살이로 피해를 본 사람들은 정부를 상대로 재심청구를 하고, 정부는 정부대로 과도한 형사보상 등으로 적지 않은 재정 부담을 안게 된다. 

이에 대해 로펌의 한 변호사는 "고소‧고발은 최악의 상황에서 협의가 안 될 때 하는 것인데, 문제를 더 키울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며 "사익을 위한 허위 고소‧고발인 무고죄에 대해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물어 처벌을 강화해야 무책임한 고소‧고발의 난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고소‧고발 남발로 관계자들이 (업무적인) 고통을 받는 건 물론이고 많은 수사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형사)보상액'은 국가의 형사사법 과정에서 죄 없는 선량한 국민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미결구금 또는 형 집행을 받았다가 후에 무죄 판결을 받아 이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는 제도다.

■ [中企시사]는 =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잘못된 제도나 문화 등을 비판하고 우리 사회가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신설한 기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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