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해법 제시해야할 오너가 회사 돈 손대 '쇠고랑'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신성장동력 브라질제철소 추진 타격 우려
시민단체 “경영권 이용 범죄 반복 기업인 임원 자격 제한해야”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동국제강이 철강업 불황에 ‘오너 리스크’로 휘청이고 있다. 회사 돈을 빼돌려 원정 도박에 나선 혐의로 재판장에 선 장세주 회장에게 실형이 떨어지면서 동국제강은 충격에 빠졌다. 회사 돈을 주머니 쌈짓돈 정도로 생각한 것으로 보이는 장 회장의 탐욕이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의 위기를 부채질 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현용선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피고인의 횡령·배임 범행으로 회사가 입은 손해가 총 127억원에 달한다"며 징역 3년6개월과 벌금 1000만원, 추징금 5억10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상습도박 혐의는 증거상의 이유로 무죄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004년 회사 돈 횡령 등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이때부터 1년도 지나기 전에 파철(자투리 철) 판매대금 88억원을 횡령함으로써 다시 회사에 큰 손해를 끼쳤고, 가족의 이익을 위해 디케이에스앤드 등 계열사의 돈 수십억원을 횡령했다"며 "상당액을 변제하긴 했지만 범죄에 다수 임직원이 동원됨으로써 동국제강이 입은 손해와 불명예를 회복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 철강업 불황에 이어 횡령 혐의로 구속된 장세주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동국제강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서울중앙지검을 나서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장 회장.

장 회장이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동국제강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브라질CSP제철소 가동 등 중요한 사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해야할 장 회장의 공백이 이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동국제강은 철강업 불황에서 비롯된 유동성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6월 이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약정을 맺고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진행중이다. 주력품인 후판 생산공장의 문을 닫고, 유니온스틸과 합병했으며, 포스코강판 주식을 처분하고 페럼타워도 매각했다.

특히, 동국제강은 위기탈출의 핵심해법으로 여겨지는 브라질CSP제철소 추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사업은 장 회장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온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애초 오는 12월말 고로 화입을 앞두고 있었지만 브라질 정부가 약속한 도로 등 인프라 건설이 미뤄지면서 지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 회장 부재의 장기화는 동국제강의 시름을 깊게 할 수 밖에 없다. 동국제강 내부에서 장 회장의 빠른 복귀를 염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장 회장의 일탈은 국내 굴지의 철강사 오너가 한 일이라고는 부끄러울 정도로 개인 탐욕이 범벅이 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섣부른 동정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검찰 수사에서 동국제강은 회사의 이익보다는 오너인 장 회장과 그 일가의 이익을 극대화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동국제강은 과거 98.5%의 지분을 가졌던 페럼인프라에서 2010년부터 3년 연속 배당금을 받을 권리를 포기했다. 소액주주를 배려한다는 차원이었는데, 배당금을 가져간 소액주주는 1.5% 지분을 가진 장세주 회장 일가였다. 페럼인프라는 동국제강의 대표적 일감몰아주기 계열사로 지목된 곳이기도 하다.

동국제강은 장 회장이 회사 돈 횡령혐의로 구속된 상황에서 28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지급했다. 회사는 사옥을 팔아야할 정도로 어려운데 오너는 막대한 보수와 퇴직금을 챙긴 것이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장 회장의 구속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총수 일가가 불법 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쳐도 경영권을 유지하고, 다시 그 경영권을 이용하여 범죄를 반복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장 회장과 같은 불법 기업인의 임원 자격을 일정기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장 회장은 1990년10월 마카오 카지노에서 상습 도박을 벌인 혐의로 구속됐었다.

동국제강의 한 관계자는 “항소장 제출 여부를 내부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것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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