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이동제에 고객이탈 현실화…진검승부는 내년 2월부터
중도상환수수료 인하로 타 은행 '대출갈아타기' 여지 커져
은행권 마케팅 경쟁 치열…출혈경쟁에 수익성 악화 우려도

 

▲ 내년 2월 본격적인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고객 대이동'이 예고된 가운데 최근 중도상환수수료 인하 행렬로 타 은행의 대출 갈아타기가 수월해지면서, 기존고객을 붙잡고 새로운 고객을 뺏기 위한 시중은행간 총성 없는 영업전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시내의 한 시중은행 지점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시중은행들의 '고객뺏기 전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시행 중인 계좌이동제를 통한 고객들의 계좌변경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자, 기존고객을 붙잡고 새로운 고객을 뺏기 위한 시중은행들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시중은행의 중도금상환수수료 인하 여파로 금리가 싼 다른 대출로 전환하려는 소비자들의 부담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고객 충성도가 낮은 국내은행의 특성상 금리, 수수료 등 혜택에 따른 은행 갈아타기가 본격화될 수밖에 없는 영업환경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선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선택권이 확대되는 등 소비자 친화적인 금융환경이 조성되고 있지만, 은행들은 충성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어 출혈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고 있다.

24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계좌이동제 시행 첫날인 지난달 30일 페이인포(payinfo.or.kr) 접속자 수는 18만3570건(해지 5만6701건·변경 2만3047건)에 달했다. 시행 둘째날인 지난 2일에도 접속자 수 2만9467건(해지 1만3609건, 변경 1만1470건)이었다.

계좌이동제의 핵심인 계좌변경 서비스를 요청하는 고객 수는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면서 현재는 매일 5000여건 정도의 계좌변경 건수가 유지되고 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처음보다 건수는 다소 줄었으나 계좌를 변경하는 고객들의 숫자가 일정해 계좌이동제가 연착륙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계좌이동제 붐'이 진정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주거래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려는 고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은행권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현재는 통신·보험·카드 3개 업종에 한해서만 자동납부 계좌 변경이 가능하지만, 내년 2월부터는 자동납부 뿐만 아니라 개인 인터넷뱅킹, 각종 회비 등의 자동송금계좌의 조회·해지·변경까지 가능해진다.

이에 은행들은 저마다 계좌이동제에 대비한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고 신상품을 출시하는 등 차별화된 혜택을 내세우며 '주거래 고객잡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개인사업자에게 수수료 면제 혜택을 주는 '사업자 주거래 우대통장'에 이어 1조원 한도로 '주거래우대 중소기업대출 특판상품'을 출시했고, 이베이코리아와 제휴해 연 15.5% 규모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적금 상품을 선보였다. 또 연말까지 홈페이지에 계좌이동제 상품·서비스를 안내하는 계좌이동제 전용 메뉴를 오픈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도 홈페이지 내에 전용 홈페이지를 구축해 계좌이동 절차와 Q&A를 담아 계좌이동제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계좌이동제에 특화된 신상품인 'KB 원(ONE) 컬렉션'를 통해 고객잡기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계좌이동제를 대비해 주거래 고객전용 상품인 '신한 주거래 온(溫)패키지'를 선보였다. 기존의 주거래 우대 패키지에 생활비 대출, 주거래 카드 등의 금융 혜택을 더한 것으로, 모든 가족이 공유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다음달 8일까지 자동차(아반떼·스파크)를 경품으로 내건 초대형 경품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계좌이동제에 대비해 출시한 패키지 '3종 주거래 상품'에 대한 이벤트를 이달 말까지 실시한다. 가입 고객에게는 1회용 비밀번호 생성기나 NH안심보안카드를 무료로 제공하며, 주거래 우대통장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거쳐 경품 스마트폰과 목우촌 선물세트를 준다.

지난 3월 가장 먼저 계좌이동제 상품을 내놓은 우리은행도 '우리웰리치 주거래패키지', '우리웰리치주거래예금', '우리 웰리치 주거래 통신 관리비통장대출'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계좌이동제에 단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SC은행도 이달 30일까지 신규 자동이체 고객에 대해 갤럭시 기어 S2, CGV 모바일 영화예매권 등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고객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더욱이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나선 중도상환수수료 인하 조치도 은행들로선 걱정거리다. 중도상환수수료 체계의 대출 유형별 차등화로 수수료 수준이 대폭 낮아지면서 기존 대출을 상대적으로 싼 금리의 타사 대출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그동안 1.5%를 일률적으로 적용해 온 중도상환수수료율을 지난 23일부터 대출 종류별로 차등화해 최대 1.0%포인트 인하했다. NH농협은행도 오는 12월 중으로 중도상환수수료를 내릴 예정이다.

앞서 신한은행이 지난달 30일부터 중도상환수수료율을 최대 0.7%포인트 인하했고, 우리은행은 지난 9일 최대 0.8% 내리고 중도상환수수료 명칭을 중도상환해약금으로 변경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중도상환수수료 인하폭 및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계좌이동제 실시와 중도상환수수료 인하 등으로 소비자 편익이 증가하고 은행 간 상품·서비스 경쟁도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저금리 기조 여파로 은행권의 수익성이 나빠진 상황에서 고객뺏기 경쟁에 따른 마케팅 비용 상승은 은행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편적인 혜택으로는 신규고객 유치는 물론 기존고객 이탈을 막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은행들이 고객 유치과정에서 금리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직면하고 수시입출금식 예금 규모의 변동성 증가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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