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업부문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면세점 고용효과 상쇄…주주는 주가 하락에 분통
‘황금알’ 면세점 사업에 박용만 회장 장남 보내 힘 실어준 것과 대비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소비재 산업에서 중공업 기업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두산그룹이 하염없이 추락하고 있다. 실적악화에다 20대 신입사원까지 포함된 두산인프라코어의 희망퇴직에 대한 비난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중공업 부문에서 직원들이 대거 나가면서 두산그룹이 역점을 두고 추진중인 면세점 사업에서의 고용효과도 상쇄될 전망이다.

박용만 두산 회장이 16일 1~2년차 신입사원에 대한 희망퇴직은 철회한다고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파장은 가시지 않고 있다. 실적악화에 대한 고통분담 차원이라고는 하지만 잘못된 경영판단의 책임을 직원들에게만 전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박 회장의 지시로 취업한 지 얼마 안되는 신입사원들은 회사에 남게 됐지만 3년차 이상은 여전히 희망퇴직 공포에 시달릴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두산그룹의 핵심사업간 달라진 위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995년 이후 그룹 전면에 등장한 중공업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밥캣인수, 두산건설 지원 휴우증이 겹쳐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반해 최근 사업권을 따낸 면세점은 박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이 전무로 투입되면서 황금알을 낳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먼저 희망퇴직 논란에 빠진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그룹 중공업 부문의 핵심축이지만 현재 사업 비중이 큰 중국시장의 침체와 중국기업과의 경쟁심화로 점차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내 굴착기 시장 점유율은 2010년 15%에서 최근 7~8%까지 밀려난 상태다. 이는 실적악화로 이어졌다. 두산인프라코어는 3분기에 매출 1조7298억원, 영업이익 200억원, 당기순손실 2121억원을 기록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의 경우도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두산중공업의 3분기 영업이익은 66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64.8% 하락했다. 당기순이익도 적자다.

중공업 부문의 부실화에는 경영판단이라는 내부요인도 있다. 모 증권사 연구원은 "잘 알려진 것처럼 밥캣 사태와 두산건설에 대한 지원도 중공업 부문 재무구조악화의 핵심요인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두산 경영진들이 사업부실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는 인력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 올해만 4차례의 인력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특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3000여명의 희망퇴직에 신입사원까지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상황이 대체 얼마나 안 좋길래 이처럼 고강도의 인력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이냐는 물음표가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에 갓 입사한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 대상이 됐다는 것은 회사 측의 사정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며 "혹시 외부에서 모르는 심각한 악재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내부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한 직원은 “불과 몇 년 앞도 못 내다보고 직원들을 뽑은 경영진의 책임은 누가 물을 것인가”라며 “결국 힘없는 직원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일반 직원들 뿐 만 아니라 임원도 감축대상“이라며 ”말

▲ 두산그룹이 간판사업인 중공업무분에서 신입사원까지 인력구조조정 대상으로 포함시키면서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황금알을 낳는다는 면세점사업에 박용만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오리콤 부시장을 최고전략책임자(CSO·전무)로 임명하면서 힘을 실어주고 있어 극명하게 비교된다는 평가다.
그대로 희망퇴직으로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난 9월 진행된 2차 희망퇴직에서 퇴사권고를 거부한 직원들에게 퇴사를 압박하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주가도 내리막길이다. 2011년 3만원대였던 두산인프라코어 주가는 이날 5630원으로 마감했다. 두산중공업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한 개인투자자는 "손실이 막대한 상황에서 팔지도 못하고 있다"며, "주가상승은 커녕 여기서 더 떨어질까 불안한 심정"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중공업부문이 이처럼 울상인 가운데 면세점은 두산의 신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면서 대비가 되고 있다. 두산그룹은 동반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면서 지난 11월 서울 면세점 2차대전에서 사업권을 획득, 20년 만에 유통부문을 부활시켰다. 현재 두산그룹은 면세점을 캐시카우로 키우기 위한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박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이 면세점 사업에 투입되면서 사업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두산그룹은 이달 1일 박 부사장을 두산 면세점 최고전략책임자(CSO·전무)로 임명했다. 박 부사장이 임명된 사업부는 면세점과 두산타워 쇼핑몰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이처럼 그룹이 핵심역량을 투입키로 한 사업인데다 오너일가까지 사업 전면에 나서면서 두산그룹 내에서 면세점 사업의 비중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쪽은 사업부실로 직원들과 주주가 모두 울상이고 다른 한쪽은 박 회장의 장남까지 등장해 장밋빛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극명하게 비교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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