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창출 앞세워 면세점 사업 따낸 뒤 계열사 신입사원도 구조조정 비난 ‘봇물’

▲1~2년차 신입사원까지 포함되는 무차별적 희망퇴직으로 두산그룹이 사회적 질타를 받으면서 사람을 중히 여긴다는 인재경영도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두산그룹이 이제 막 싹이 돋아나는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시켰다가 번복하는 촌극으로 우울한 세밑을 보내고 있다. 한 달 전만하더라도 면세점 대전에서 승리를 따내면서 한껏 고무됐던 그룹 분위기도 일순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애초 두산의 면세점 유치는 청년취업난이 심화된 고용시장에서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두산이 20여 년 만에 유통부문을 부활시킨 만큼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특히나 ‘사람이 미래’라고 외치면서 인재경영의 중요성을 설파해온 기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실제 두산은 면세점 유치경쟁과정에서 일자리 창출을 전면에 내세웠다. 당시 두산은 동대문 면세점의 고용효과가 2만2000명에 달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면세점 직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신규 채용자 중 청년 고용비율을 46%로 맞추는 등 고용·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도 팔을 걷었다. 박 회장은 지난달 청년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한 '청년희망펀드'에 개인재산 30억원을 기부했다. 이는 사람을 중시하고 좋은 일자리도 많이 만들겠다는 각오로 인식됐고, 결국 두산은 면세점 사업권을 따냈다.

일각에서는 독립운동을 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던 일제 식민지 시절 유독 잘나간 것으로 알려진 '박승직 상점'의 100년 유통 DNA가 부활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두산은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뒤 돌변했다. 두산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조용히 3000여명에 달하는 직원을 정리하는 계획을 세웠다. 인력구조조정의 방식은 그룹 계열사 간 대대적인 인력 재배치의 형식이 아닌 사표를 받는 희망퇴직 방식이 적용됐다.

특히,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20대 신입사원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게 확산됐고, 사원·대리급에게 경영실패의 책임을 떠넘겼다는 비난이 꼬리를 물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인력구조조정에서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을 퇴출프로그램 가동해 퇴사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법으로 금지한 부당노동행위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더욱이 회사 고위층 자제 중 일부가 장밋빛 미래를 예고한 면세점 사업부로 이동했다는 주장까지 더해지면서 특혜시비도 불붙었다. 박 회장의 장남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이 면세점 사업의 마케팅기획을 맡는 전무로 임명됐다는 사실까지 재조명되면서 두산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었다.

두산이 면세점 사업권 유치 전후의 태도가 너무 달라지면서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위해 대규모 인력조정을 고의로 미뤘다는 억측마저 나돈다.

두산이 그토록 외쳐온 인재경영이 시험대에 올랐다. 국민은 ‘100년 기업’의 진실된 인재육성 정책을 보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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