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이후 주가 하락세로 주주들 ‘울상’…이재용 부회장만 지배력 강화로 ‘희색’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의 연말이 우울한 모습이다. 바이오와 건설의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면서 제일모직과 합병한 통합 삼성물산의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측의 '애국심 마케팅'에 영향을 받아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던 투자자들의 속은 더욱 쓰라릴 것으로 보인다.

30일 삼성물산 주가는 전일대비 2000원(-1.41%) 떨어진 14만원으로 마감했다. 통합법인이 출범한 지난 9월 장중 17만8000원까지 뛰었던 주가는 이후 내림세다.

이는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주식 시장의 평가가 좋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올 여름 삼성 측은 "합병 공시 이후 양사 주가가 급등했고 엘리엇이 공격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며 합병여론의 잣대로 주가를 내세운 바 있다.

▲ 삼성물산 주가하락이 깊어지면서 '국익'을 위해 합병에 찬성했던 투자자들도 울상이다.
실제 아직까지 합병에 따른 뚜렷한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 합병당시 삼성물산은 건설, 리조트, 패션, 종합상사 등 사업간 시너지와 바이오산업 육성을 통해 2020년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4조원을 달성하고 삼성전자와 함께 그룹 대표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합병이후 중복된 건설부문의 교통정리와 그에 따른 인력구조조정 말고는 현재까지 특별한 성과는 없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오히려 시너지를 약속했던 삼성물산의 각 조직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삼성이 약속했던 시너지 효과에 대한 물음표를 낳았고, 연말 조직개편에서 사업별 총괄부서도 만들지 않았다.

주식 가치가 추락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의 강화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19.4%), 삼성전자(4.1%) 지분을 확보하면서 그룹 정점에 서 있는 회사다. 애초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합병을 통해 통합 삼성물산 지분 16.54%를 확보하면서 그룹 지배력을 확장했다. 이 부회장이 현금 매입 시 8조원대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됐던 삼성전자의 지배력(4.1%)을 돈 한 푼들이지 않고 손에 쥐는 효과를 봤다는 점이 가장 주목됐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좀 더 지켜는 봐야겠지만 현재까지만 보면 삼성이 강조했던 사업간 시너지 효과 보다는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과 관련된 효과만 도드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가하락이 깊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한 투자자는 “합병으로 사업성이 더 좋아지고 주가에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 찬성했는데 뒷걸음치는 주가에 손실만 커지고 있다”며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주총에도 참가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주가하락이냐"고 불만을 내비쳤다.

이 같은 투자자들의 불만의 글들은 포털의 삼성물산 종목게시판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애국심을 호소한 대가치고는 참 어이없다’, ‘주주들한테 은혜를 주가하락으로 갚는 배은망덕한 삼성’ 등의 글이 올라왔으며 이 부회장에 대한 직접적인 실망감을 토로한 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삼성물산의 합병 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미래 핵심사업으로 내세운 바이오 사업의 경우 최근 첫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출시되는 등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다는 점에서 그 과실을 보기까지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장기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소액주주들의 주가상승 기대감도 그만큼 더 미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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