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돈으로만 보게 되면 결국 소비자가 외면
창업하려면 많이 배워야…자신만의 노하우 쌓아야 성공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겨울 햇볕이 따사로운 4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리버스로스터(Reverseroaster)'. 문을 열고 들어가자 구수한 커피 내음이 확하고 달려들었다. 무료 커피 커핑(Cupping‧향미 테스트) 세미나를 진행하기 전 성재열 대표는 생두를 볶는 로스터 기계 조작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가 손잡이를 당기자 ‘차르르륵’하고 짙은 밤색의 원두가 쏟아졌다.

자리에 앉자 안주인이 에스프레스 한잔을 권했다. 볶은 지 얼마 안 되는 신선한 원두로 뽑은 것이란다. 한 모금 마시자 ‘커피는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천사처럼 순결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는 18세기 프랑스 한 외교관의 에스프레스 찬사가 떠올랐다.

▲ 리버스로스터(Reverseroaster) 출입문에 '커피는 사랑에 빠져들게 만드는 악마의 유혹이자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즐거움'이라는 성재열 대표의 철학이 쓰여 있다.

로스팅을 마친 성 대표가 땀을 훔치며 다가왔다. 그는 커피를 운명처럼 만나지 않았지만, 커피를 통해 새 삶을 꿈꿨다고 한다.

“처음부터 커피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내 길을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회사를 그만두려니 커피가 눈에 들어왔죠. 당시까지만 해도 커피 전문가들이 많지 않았고 시장성도 좋아 보였어요.”

성 대표는 커피 전문학원에 다니고 커핑 세미나를 찾아다니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는 “라떼아트를 손에 익히려고 버린 우유만 수백 박스지만 그래도 커피를 배우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커피는 그에게 단맛만 보여주지 않았다. 실패의 쓴맛도 봤다. 성 대표는 나름 내공이 쌓였다고 판단하고 모 대학가 주변에 커피숍을 차렸다. 의욕도 넘쳤고 모든 게 잘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환상은 순식간에 깨졌다. 그는 “시험시즌이 되면 커피숍이 도서관으로 바뀌기 일쑤였고, 방학이 되자 매출이 평소의 1/3토막이 났다”며 “상권분석을 철저히 했다고 자신했지만 저는 기본적인 내용도 체크하지 못한 초짜였던 셈”이라고 회고했다.

결국 그는 커피숍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모든 걸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다. 실패의 여파가 있었지만 대신 깨달음의 깊이는 더 깊어졌다. ‘커피 내공’이 쌓이자 배우는 학생에서 가르치는 선생으로 역할도 바뀌었다.

성 대표가 라떼를 권했다. 커피잔 속 하트가 손의 움직임에 따라 수줍게 살랑거렸다. 한 모금 마시자 우유의 단백하고 고소한 맛과 커피의 쓴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부드럽게 넘어갔다.

비법을 묻자 그는 “고단백질의 점도 높은 우유가 라떼에 적합하다”며 “스티밍(우유 데우기)할 때 이런 우유를 써야 찰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온도도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인데 너무 낮으면 생우유 맛이 많이 나고 너무 높으면 비린 맛이 날 수 있다고 한다. 또 단맛이 많이 나야 쓴 맛의 커피와 궁합이 잘 맞는단다. 달콤 쌉싸름한 라떼의 비결이다.

▲ 달콤 쌉싸름한 맛으로 인기가 높은 라떼. 비결은 우유에 있다. 고단백질 점도 높은 우유를 적절한 온도로 데워야 한다.
성 대표에게 어떤 원두가 좋은지 물었다. 그는 “좋은 원두일수록 신맛이 강하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신맛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아 커피를 섞는 브랜딩 스킬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호에 따라 다르지만 굳이 꼽자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에디오피아(향미), 콜롬비아(구수한 바디감), 브라질산(마일드) 원두를 선호한다”며 “신맛을 좋아하면 케냐산도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량품종이 많이 나오면서 산지별 차별성이 줄고 있어 직접 맛보고 자신에게 적합한 원두를 선택하면 된다.

성 대표는 가정에서 커피 보관법도 소개했다. 그는 “집에서 원두를 보관할 경우 분쇄보다 홀빈(whole bean) 상태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며 “냉장고에서 보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음식냄새가 배면 향미가 떨어지기 때문에 공기가 안 통하게 지퍼락으로 봉해 직사광선이 없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고 최대한 빨리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성 대표가 핸드드립 커피를 선보였다. 신맛이 살짝 입안

▲ 핸드드립은 단맛 쓴맛 신맛 등 커피의 풍미를 즐길 수 있다. 핸드드립은 시간과 추출량 등에 따라 맛이 달라 바리스터 자신만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을 감도는 듯하더니 이내 구수하면서도 부드러운 원두 맛이 입안을 가득 메웠다.

핸드드립은 손맛에 좌우된다. 그만큼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성 대표는 “핸드드립에 특별한 비법은 없다”며 “바리스타와 원두, 시간, 추출량 등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고 어느 것 하나 좋고 나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자기한테 맞는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로스팅 역시 마찬가지라고 한다.

성 대표는 배움을 강조한다. 좋은 커피를 만들고 싶다면 먼저 커피를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많은 사람을 만나 그들만의 방식과 생각을 접하는 것이 나만의 노하우를 만드는 첫번째 비결이라고 힘주어 강조한다. 리버스로스터도 좋은 커피를 알리기 위해 커핑 세미나나 교육을 진행하는데, 네이버 까페(cafe.naver.com/reverseroaster)를 통해 신청을 받는다.

커피숍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성 대표는 “창업은 정말 심사숙고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겁만 낼 필요는 없다”며 “국내 커피시장이 포화상태라고는 하지만 원두커피 시장은 믹서커피 대비 20~30%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기회는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의 원두커피 시장은 믹서 대비 70~90%로 월등히 높다.

성 대표는 특히 묻지마 창업을 경계했다. 그는 "많이 배우고 실전 경험을 해보며 선배들에게 귀동냥을 부끄러워하면 안 된다"며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올라가고 있는 만큼 나만의 노하우와 인테리어로 차별화한다면 천편일률적인 대기업 프랜차이즈보다 앞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 리버스로스터 성재열 대표는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올라가고 있는 만큼 나만의 노하우와 인테리어로 차별화한다면 천편일률적인 대기업 프랜차이즈보다 앞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성 대표에게 커피는 '즐거움'이다. 그는 좋은 커피를 만들고 좋은 사람과 같이 마시는 즐거움이 커서 10여년째 로스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커피를 돈으로만 보게 되면 좋은 원두로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즐거움을 멀리하게 된다”며 “결국 싼 원두만 찾게 되고 이는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성 대표가 가게 이름을 리버스로스터로 정한 것도 커피로 반전을 꿈꾸고 싶어서라고 한다. 그는 “커피를 오래 하다보니 커피로 돈을 버는 것보다 커피와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이런 이름을 지었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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