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전 회장 부실기업 되레 웃돈주고 매입
권오준 회장 구조조정 외치면서도 수천억 지원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밑 빠진 독 물붓기’ 우려에도 수천억원을 지원한 포스코플랜텍이 결국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면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포스코플랜텍은 지난해 127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3년과 2014년에도 각각 630억원, 189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출 이자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본금도 모두 까먹었다. 최근에는 울산공장이 가동을 중단했다.

주식거래도 중단됐다. 포스코플랜텍은 오는 3월30일까지 자본금 전액 잠식 사유를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이 폐지될 수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

포스코플랜텍은 지난해 9월 위크아웃에 들어가기 전까지 포스코그룹의 일원이었다. 전정도 전 회장이 이끌던 성진지오텍이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시절 포스코그룹에 편입되면서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됐다. 성진지오텍은 '키코'투자로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면서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이라는 감사의견이 나올 정도로 부실기업이었다. 하지만, 정 전 회장은 이런 기업을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는 ‘웃돈’까지 주면서 비싸게 사들였다.

정 전 회장의 후임으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사령탑에 들어선 뒤에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취임일성으로 환부를 도려내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강조했던 권 회장은 포스코플랜텍에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애초 재계에서는 합병이나 지분정리를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권 회장은 2900억원대 유상증자라는 예상밖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시 유상증자안은 임시이사회까지 여는 진통을 겪은 뒤에야 처리됐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고, 결국 포스코 계열사에서 포스코플랜텍의 이름도 빠졌다. 이를두고 현재 경영진들에 대한 책임론을 차단하려는 포석이라는 풀이도 나왔다.

지난해 포스코는 창사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정 전 회장 시절 불어났던 계열사중 부실기업이 늘어나면서 포스코의 이익을 갉아 먹은 결과다. 첫 적자를 기록한 데 대해 권 회장은 "최고 경영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포스코플랜텍 사태는 권 회장의 경영판단이 완전히 실패로 끝난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의 말처럼 권 회장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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