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순환출자 고리 해소 주문에 되레 삼성물산 지배력 강화
시민단체 "삼성공익재단 삼성물산 지분 인수 정당성 문제 있어 처분해야"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SDI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명령에 따라 매각한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한 가운데 시민단체는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삼성그룹 지주회사인 삼성물산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가 동시에 이뤄졌다는 평가다. 시민단체들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참여한 이번 거래에 대해 “총수일가의 지배권 승계에 공익법인을 악용하는 구태를 또 다시 저지른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5일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강제처분명령에 따라 삼성SDI가 매각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중 130만5000주(2000억원)를 취득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보유 현금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수익 확보'를 명목으로 200만주(3000억원)를 샀다. 이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이 보유한 자사주 300만주(302억원)도 취득했다.

삼성 측은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대규모 주식매각에 따른 시장 부담을 최소화하고 소액주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 일부를 직접 매입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거래로 오너 일가와 삼성 계열사가 소유하는 삼성물산의 지분 합계는 39.9%에서 39.0%로 0.9%p 낮아졌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은 16.4%에서 17.22%로 늘었다. 또, 이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의 1.05%지분 취득으로 삼성계열 공익법인들의 지분은 0.65%에서 1.70%로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삼성물산에 대한 전체 삼성 측의 지배력은 일부 감소했지만, 이 부회장의 직접적인 지배력은 강화된 셈이다.

문제는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한 자금이 불법재산승계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즉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주식을 산 재원은 삼성SDS 주식을 판 자금인데,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으로 발행했고 이 부회장은 이를 취득했다. 이 회장은 이런 이유로 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고, 야권에서는 이를 범죄수익으로 규정하고 환수하는 이른바 ‘이학수법’ 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29일 논평을 통해 “삼성은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해소하여 지배구조의 정당성을 확보하기는커녕, 오히려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 매입하여 공익법인의 비중을 늘렸다"며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이번에 삼성물산 지분을 인수한 자금의 원천이 이건희 회장의 불법적 재산승계에 활용되었던 ‘차명주식’임이 거의 확실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적한 순환출자 강화는 이 부회장의 지배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이 부회장을 위한 무리한 합병이 신규 순환출자 형성으로 이어지고 법을 위반하는 결과가 되자 공익법인의 재산을 동원하여 문제를 해결한 것이 이번 삼성물산 주식 매각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삼성그룹은 현재 계열사를 매각하고 합병을 하면서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삼성 측은 수익성이 없는 사업을 과감히 매각하고 신수종 사업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여러 장치가 깔려 있다.

이 부회장이 부친의 경영권을 이어받으려면 과거와의 단절이 우선이다. 이 부회장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