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조석래, 대한항공 조양호, SK 최태원 등기이사 반대 의견
지분에서 밀려 의사 관철 못했지만 ‘재벌 폭주’ 견제 ‘톡톡’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이변은 없었다. 비리를 저지른 총수의 등기이사 선임에 반대한 국민연금공단의 '무모한 도전'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애초 우호지분을 포함해 막강한 지분율을 확보한 총수일가와의 지분대결에서 승산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국민연금의 ‘반대’가 무모해 보일지는 몰라도 비리를 저질렀음에도 여전히 상장 회사의 경영을 좌우하는 후진적 족벌경영에 대한 견제를 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경제개혁연대의 문제제기로 관심을 모았던 효성은 18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본사에서 주주총회을 열고 조석래 회장과 그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 3남 조현상 부사장 등 조 회장 일가의 이사 재선임안을 통과시켰다. 또, 조 회장과 경기고 동문으로 낮은 이사회 출석률로 논란이 일었던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도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효성의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은 조 회장과 두 아들의 재선임 안건에 반대했다. 조 회장은 분식회계를 통한 1300억원대 탈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은 면했다. 건강이 안 좋아 자신의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 회장이 어떻게 경영을 이끌 수 있는 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조종사 비하 댓글 파문’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도 원안대로 통과됐다. 대한항공 지분 4%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반대를 외쳤지만, 재선임 안건을 막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앞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일감몰아주기‘를 거론하면서 재선임 반대를 권고했다.
최태원 회장은 등기이사 복귀에 성공했다. SK그룹은 이날 최태원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지분 8.57%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가결에 필요한 주주가 확보되면서 표결없이 재선임 안건이 가결됐다. 최 회장은 횡령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바 있다.
시민단체들이 비리행위와 자질을 문제 삼았던 총수나 사외이사가 탈락하는 이변은 없었다. 하지만 주주가치와 투명경영을 이유로 이들의 재선임을 적극 반대한 국민연금의 행보는 더욱 빛을 발한 하루였다.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외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통하지 않는 ‘깜깜이 찬성’으로 비난을 샀던 국민연금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에서는 법령상 이사로서의 결격 사유가 있거나 과도한 겸임,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 권익의 침해의 이력이 있는 사람의 경우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사내이사 후보안건에 반대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무모한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 시장 정의와 경제민주화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