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심사 발표 지연…합병 기일 잡지 못해
“SK 주식가치 높아 합병 비율 불공정” 소송전 예고도

▲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 결과 발표가 미뤄지는 가운데 소액주주들의 소송전도 예고되면서 독과점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SK텔레콤이 사면초가다. KT와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 발표가 미뤄지자 SK텔레콤은 합병기일을 무기 연기했다. 더욱이 한 법무법인은 합병 주식가치가 불공정하게 평가됐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소액주주 모집에 나서면서 소송전을 예고하고 있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과의 합병기일을 애초 1일에서 '미정'으로 변경했다. 현재 공정위의 심사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다.

통신업계에서는 공정위가 독과점 논란을 일부라도 해소할 수 있는 조건부 형식으로 두 기업의 합병을 승인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두 기업의 합병이 독과점을 유발해 방송통신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공정위가 심사 결과를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합쳐지면 전국 23개 권역에서 유료 방송 점유율이 60%가 넘게 된다.

KT와 LG유플러스는 독과점에 따른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이번 합병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날 KT는 통신사간 인수합병으로 소비자 통신요금이 2배나 비싸진 해외 사례를 거론하면서 SK텔레콤을 정조준했다. KT 측은 “2012년 오스트리아 이동통신 4위 사업자 H3G가 3위 오렌지 오스트리아를 보유 주파수 일부 매각 등의 조건부 합병했지만 3년후 스마트폰 이용자 요금은 50∼90%, 피처폰 이용자 요금은 22∼31% 뛰었다”며 “오스트리아 규제당국이 조건부로 승인했음에도 소비자 요금인상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고개를 젓는 곳은 경쟁사들 뿐 만이 아니다. 참여연대는 이번 합병을 반대하는 공식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한 상태다. 참여연대는 이번 합병이 방송통신 시장의 독과점을 초래, 소비자들의 가격부담을 키우고 결합상품 확대에 따른 이용자 선택권 침해가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SK텔레콤과 합병이 예고된 CJ헬로비전은 알뜰폰과 케이블TV 업계 1위”라며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초고속인터넷, 유료방송에까지 독과점을 형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이어질 전망이다. 법무법인 한음은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고 SK브로드밴드의 주식가치가 너무 높게 책정돼 CJ헬로비전과의 합병 비율이 현저히 불공정하게 산정됐다며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할 소액주주들을 모집하고 나섰다.

SK텔레콤은 1999년 12월 ‘017’ 신세기통신을 인수하면서 부동의 이통시장 1위 자리에 올랐다. 당시 공정위는 일정기간 동안 시장점유율을 50%미만으로 유지할 것을 조건으로 승인해줬다. 이후 5:3:2로 통하는 국내 이통시장 구도가 지속됐다.

더욱이 수익성 측면에서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이통사들의 전체 영업이익에서 SK텔레콤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이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업이익 격차로만 보면 사실상 SK텔레콤 쏠림 현상은 더욱 뚜렷하다”고 말했다.

통신요금 인하를 외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SK텔레콤이 누리는 거대 이익은 너무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한편, 지난해 SK텔레콤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전환하면서 온가족할인, T가족포인트 등의 혜택을 일방적으로 축소하거나 폐지해 ‘갑질’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각종 결합으로 해지도 어려운 상황에서 혜택이 갑자기 줄면서 분통을 터트리는 소비자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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