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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증권노조 이남현 지부장 "'쉬운해고'로 내부의 쓴소리 사라질 것"
'부당해고' 항의하며 여의도 본사 앞에서 160일째 시위
2016년 04월 06일 (수) 15:57:21 김두윤 기자 one@smedaily.co.kr

   
▲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본사 앞에서 160일째 '부당해고'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는 대신증권노조 이남현 지부장은 "'쉬운해고'가 확산될 경우 사실상 직원 퇴출 프로그램인 대신증권의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 같은 사례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게 한 정부의 행정지침에 대한 노동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조치로 사실상 ‘쉬운 해고’가 봇물을 이룰 것이라는 우려다. 노동계가 대표적 사례로 제시한 것중 하나가 대신증권의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대상이 된 직원에게 업무능력향상과 상관이 없는 명함 받아오기, 등산하고 인증샷 찍어오기 등의 지시가 내려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인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은 ‘노조파괴’전문으로 알려진 창조컨설팅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대신증권지부 이남현 지부장을 만나 성과관리 프로그램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지부장은 대신증권의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을 사실상 직원 퇴출 프로그램이라고 규정하고 이의 폐지를 촉구, 사측과 갈등을 빚어오다 지난해 10월27일자로 해고됐다.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이 그 이유다. 그는 현재 여의도 대신증권 본사 앞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늘로 160일째다.

오랜 시위에 힘들지는 않냐고 물었다. 그는 “아직 할만하다”며 “오히려 (대신 싸워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는 직원들이 더욱 늘어났다”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이 지부장은 “이른바 ‘쉬운해고’는 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해고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며 “특히 쓴소리를 내온 노조 간부 등이 직접적인 ‘타켓’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오너일가 족벌경영 체제의 지배구조아래 건전한 비판이 담긴 내부의 목소리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지부장은 담담한 어투로 말을 이어갔다. 그는 “제가 해고됐다는 사실보다 직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의 실체를 고발하고 노조를 설립한 뒤 2년이 흘렀지만 사측의 태도가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더욱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은 제가 교육콘텐츠를 직접 설계한 것으로 사실상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이 맞다”며 “창조컨설팅의 용역보고서도 공개하고 이를 폐지하려고 노력해왔지만 이 프로그램은 여전히 가동중”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부장은 문제의 프로그램 구축에 일조했다. 그는 “처음에 업무지시를 통해 제가 3단계중 1~2단계 교육콘텐츠를 짰는데 만들다 보니 뭔가 이상했다”며 “당시 이 프로그램이 저성과자 역량강화를 위한 것이지만 힘들게 만들어 못 버티게 만드는 목적도 있다는 모 부장의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프로그램의 진짜 목적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자료를 달라고 물었더니 인사부에서 보내온 것이 지난해 공개된 창조컨설팅의 전략성과관리 용역보고서”라며 “그 실체가 사실상 퇴출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 지부장은 문제를 제기한 이후 다른 부서로 배치됐다.

그 후 전략적 성과관리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되면서 회사를 떠나는 동료들이 생겨나자 그는 중대한 결심을 한다. 이 지부장은 대신증권 창립 53년만인 2014년 1월 첫 노조를 설립했다. 이 지부장은 “이 프로그램이 시행되면서 대상자에 포함돼 고통받는 사람들은 물론, 언제든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측의 협박에 시달리는 직원들이 늘어났다”며 “구조조정 두려움에 빠진 직원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아래 노조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대신증권지부는 이 프로그램의 폐지는 물론 회사 실적과 상관없는 오너일가의 높은 보수 등 잘못된 경영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하지만, 이때부터 이 지부장의 시련도 시작됐다. 사측은 허위사실 유포 등의 이유로 그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말에는 면직이 결정됐다. 노조 집행부중 해당 프로그램 대상자에 포함된 인원도 늘어났다. 대신증권지부는 이를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와 노조탄압으로 규정하고 반발하고 있다. 이 지부장은 “회사가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지부장인 저를 부당해고 한 것은 사실상 누구라도 해고될 수 있다는 공포심을 조성해 직원들의 단합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부장은 올해 대신증권 주총에 참가해 이어룡 회장 연봉, 삼성동 토지 매입, 양홍석 사장이 상무로 재직하던 2008년 거액투자 실패 등에 대한 질문할 계획이었지만 사측의 무성의한 답변에 일부만 질의하고 중도퇴장했다. 그는 “직원들은 업계 최하위 연봉인데 이 회장은 업계 최고수준의 연봉을 받아간 데 대해 묻자 사측은 이 회장이 대신증권 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의 경영도 관할하기 때문에 그 정도 받아야한다고 답변했다”며 “대신증권이 지주사체제가 아니라는 걸 떠나 이 회장이 모든 계열사의 법적인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사측의 답변은 이해할 수 없다”고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를 지적했다.

최근 그의 시위현장에는 작은 변화가 생겼다. 며칠 전부터 관할 경찰서에서 경찰이 나와 시위현장의 소음정도를 측정하고 있다는 것. 이 지부장은 “지난 2일 열린 ‘불스레이스 마라톤’ 대회에 나가 우리의 억울함을 담은 피켓 시위를 벌인 게 원인으로 보인다”며 “사측의 사소한 복수극”이라고 풀이했다. 금융투자업계 임직원과 가족이 참여하는 ‘불스레이스 마라톤대회’는 올해가 10회째로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 금융계 주요인사가 참가했다.

한편, 이 회사 전 현직 직원 13명이 전략적 성과관리로 피해를 봤다며 제기한 소송에 대한 선고일은 애초 2월에서 이달 8일로 연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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