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여신·보증 축소 등 협력 중소기업 피해 현실화
中企계 "정부 구조조정 대책에 협력업체 영향 고려해야"

▲ 조선·해운업계에 불어닥친 구조조정 여파로 대기업 협력업체의 경영난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부의 노력과 전방위 지원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현대중공업 울산공장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조선·해운업계에 불어닥친 구조조정 여파가 대규모 인력감축, 협력업체의 경영난으로 이어지면서 '도미노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 대기업과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판매대금을 받지 못해 연쇄 도산하거나 금융기관의 돈줄 죄기로 자금난에 빠지는 등 유무형의 피해가 불가피한 데다 이에 따른 대량 해고가 예상되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현재 해운 관련 업종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29만명, 조선업은 23만명에 달한다. 이중 일차적인 구조조정 대상인 조선해운사 종사자는 약 23만명으로 추산되는데, 해운과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최대 3만명이 넘는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선 '빅3'의 구조조정 여파에 이들과 협력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대량 실직 사태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 동구에 있는 현대중공업의 사내협력사는 300여곳으로 3만2000여명이 일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70여곳의 사내협력사에 6800여명이 근무 중이다.

사내협력사 근로자 절반 이상인 2만여명이 몰린 해양플랜트 사업의 경우 2014년 말부터 수주가뭄에 시달리고 있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이미 수주한 8개 공사 가운데 3개가 끝나기 때문에 원청과 계약 해지되는 사내협력사와 근로자가 5000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사내 협력업체와 종사자는 187개사에 3만1727명, 삼성중공업은 144개사에 2만6403명이다. 이들 역시 신규 수주가 없어 연내 2만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소형 조선소의 경우 조선업종 자체가 힘들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사업다각화 등 대비를 해온 부분이 있어 대형 조선사의 갑작스런 구조조정에 따른 영향이 아직까지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문제는 조선소와 협력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업종이 조선업이라는 이유로 거래중인 금융기관이 대출한도를 줄이거나 보증보험발급에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며 "금융사와 보증기관의 신용경계감이 높아지면서 관련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소 협력업체의 자금난은 근로자의 임금체불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만약 협력업체가 도산하게 되면 근로자의 대량실업이 발생하게 되고, 동일 업종내 실업자가 많아 재취업도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또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기업의 과도한 '중소기업 쥐어짜기'가 만연할 수도 있다. 협력업체들은 구조조정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부당특약, 일방적인 위탁 취소, 납품대금 미지급 등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밖에 없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의 부실경영 책임이 협력 중소기업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구조조정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협력업체에 대한 영향 평가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아직 정부의 전체적인 결정이 안 난 상태"라며 "종합적인 구조조정 틀이 마련되면 중기청도 이에 협조해 조선·해운업계 협력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등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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