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고 50% 감소 발표...노동계 '최악의 살인기업' 꼽아

▲ 현대건설이 원자력발전 공사중에 발생한 안전사고를 발주처 등에 보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산업재해 은폐 의혹이 제기됐다. 현대건설은 국내외 공사현장에서 잦은 사고로 안전관리 능력에 대한 의심이 지속돼왔다. 현대건설이 2010년 카타르에서 수주한 ‘하마드 메디컬 시티’ 사업장은 국제 인권단체에서 인권유린 현장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사진은 ‘하마드 메디컬 시티’ 계약체결 현장.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현대건설이 한국수력원자력의 발주로 건설중인 원자력발전 공사 현장에서 일어난 안전사고를 은폐하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대건설이 지난해 안전사고가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달라진 안전관리 능력을 과시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거짓말 논란'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현대건설의 안전 사고 현황'이라는 제목의 내부 문건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조사에 착수했다.

이 문건에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신한울 1·2호기 원전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121명의 안전사고 내용과 처리 결과가 기록돼 있다. 사고자의 상당수가 골절을 입은 중상자들이지만 대부분 산재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 나온 하청업체는 21개사이고, 121명 중 118명을 공상으로 처리했다고 표시돼 있다. 합의금 등으로 사용한 공상 처리 비용은 17억8900만원에 이른다.

문제는 고용부는 물론 발주처인 한수원도 이런 사고를 보고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수원의 한 관계자는 "중대사고는 발주사인 우리에게 보고하게 돼 있지만 보고 받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은폐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고용부는 위법 사실이 발견되면 엄중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현대건설의 안전사고 통계가 분식됐다는 의심으로 이어질 수 있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올초에 지난해 사망자가 발생한 중대재해가 ‘0’건이며 사망 사고를 뺀 일반 안전사고도 2014년 93건에서 지난해 49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건설은 잦은 인명사고로 노동계가 꼽은 '최악의 살인기업'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5년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과거 10여년 동안 현대건설에서 작업을 하다 사망한 노동자수가 11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특히 동일한 형태의 사고가 반복된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현대건설의 안전관리 능력에 의심을 제기했다. 당시 민조노총 측은 “현대건설은 무리하게 공사를 밀어붙이기로 유명하다”며 “무리한 것들을 요구하면 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 현장의 문제도 있었다. 현대건설이 2010년 카타르에서 수주한 ‘하마드 메디컬 시티’ 사업장은 인권유린 현장으로 지목된 바 있다. 2013년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 공개한 ‘이주 노동의 그늘-월드컵을 앞둔 카타르 건설 분야 조명’이란 보고서에서는 현대건설 하청업체에 고용된 남아시아 이주 노동자들이 노예 취급을 당하고 현대건설이 이를 사실상 방조해온 정황이 전해진 바 있다.

이번 의혹에 대해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파악중이며 아직 특별하게 말 할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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