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취임 1년10개월여만에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직을 내려놨다. 올림픽 개막까지 불과 1년9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대회 준비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조 회장의 조직위원장 사퇴는 현재 한진그룹의 위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유동성난이 심화되면서 법정관리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으며, 그동안 한진해운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대한항공은 재무구조 악화로 동반침몰 우려를 낳고 있다. 여기에 대한항공 노사 갈등은 확산일로다.

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은 용단을 내렸다. 올림픽이라는 국가의 대사(大事)를 준비한다는 명예보다 일단 자신의 회사부터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앞세워진 결과로 보인다. 현재 자율협약을 검토중인 채권단에 자신의 한진해운 회생 의지를 어필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물론 한진해운 상황이 나빠진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조 회장이 애초에 위원장직을 맡지 말았어야 한다는 일각의 시각도 있다. 평창올림픽 개막이 얼마 남지않은 상황에서 조 회장의 사퇴가 나온 데 따른 쓴소리다.

하지만 조 회장의 이번 선택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한진해운의 위기는 자칫 대한한공 등 그룹 전체로 번질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의 지분 33.2%를 보유중인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해말 기준 868%에 달한다. 연이은 적자로 실적도 좋지않다.

이에따라 올림픽 준비라는 공적임무를 훌훌 털어버린 조 회장이 현재 산적한 숙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일단 조 회장은 채권단의 자율협약 고비를 넘어야 하고, 그 이후 수익성 담보를 위한 용선료 협상 등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야한다. 조 회장이 올릴 성과에 따라 한진그룹의 명암도 갈릴 전망이다.

조 회장의 사재출연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채권단은 책임경영 차원에서 사재출연 문제를 지속적으로 거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진그룹 측은 대한항공이 1조원대의 자금을 투입했다는 점과 조 회장이 한진해운 대표이사로서 연봉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그렇지만 경영정상화에 올인하겠다는 조 회장이 오너로서 책임있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은 현대상선 정상화를 위해 300억원대의 사재를 출연했다. 국민은 조 회장의 책임지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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