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이동걸 회장이 취임 100일을 갓 넘긴 요즘 KDB산업은행의 조직 분위기는 축하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인다. '부실기업 시한폭탄' 처리라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임기를 시작한 이 회장이 당장 풀어야 할 난제가 산적한 데다 조직 내부적으로도 강도높은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최근 들어 조선·해운업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산업은행의 역할과 책임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취임 당시 정책 금융·구조조정 경력이 전무한 '낙하산 인사'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선제적 구조조정 원칙을 내세우며 정책금융기관 CEO로서의 전문성을 자신한 이 회장이 산적한 현안을 매끄럽게 처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현재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등 대기업의 잇단 부실사태와 관련해 국책은행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한가운데 서 있다. 기업 회생에 대한 낙관적 기대로 기업 구조조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현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부실방만 경영에도 책임은 지지 않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우조선해양 부실을 키운 산업은행에 기업 구조조정을 맡길 수 있느냐는 비판이 일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듯 "산업은행이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나서도록 하겠다"며 국책은행의 자체적인 고강도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나섰다. 

구조조정 기업의 부실화 책임에 대해 산업은행이 모든 총대를 메는데 억울한 측면도 있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관리·감독해야 할 금융당국에도 이번 대기업 구조조정 사태를 키운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취임 전부터 '낙하산 인사ㆍ적합성 논란'으로 곤혹을 치렀던 홍기택 전 회장을 산업은행 수장으로 임명한 것도 금융위원회였다. 

이 회장 역시 정책금융전문가로서의 자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게 사실이다. 1970년 한일은행에 입행한 뒤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캐피탈 사장, 신한금융투자 사장·부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40년의 금융경력을 갖고 있지만 산업은행이 당면한 최대 과제인 기업구조조정 관련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취임 당시부터 정부의 '낙하산' 보은 인사가 아니냐는 노조의 반발에 부딪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캠프 출신인 이 회장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1300명이 넘는 금융권 인사의 박 대통령 후보 지지 선언을 주도한 바 있다.

빈약한 실무경험을 가진 이 회장으로선 '적합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있는 해운·조선·철강 등의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완수하는 것이 CEO로서의 자질을 평가하는 첫 번째 관문인 셈이다.

정부의 최측근 인사로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이 회장의 어깨는 이래저래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부실기업 처리는 물론 자체 구조조정 성과에 업계의 눈과 귀가 이 회장의 일거수 일투족에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은행의 체질개선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겠느냐는 현실적 의문도 그가 넘어야 할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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