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장 평가에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여부 반영
임기만료 앞둔 금융공기업 CEO 거취에 영향 클 듯

▲ 정부가 공공기관 및 금융공기업을 대상으로 성과주의 확대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가운데 연임을 앞두거나 임기 첫해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금융공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성과연봉제 조기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금융위원회 성과주의 확산규탄 전체간부 결의대회'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생사 여부가 달린 금융공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저마다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며 성과연봉제 조기 도입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성과주의 확산 정책에 화답하지 못하면 옷을 벗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커지면서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예탁결제원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노사간 갈등이 커지면서 내홍을 겪고 있다. 유재훈 예탁결제원 사장이 지난 4일 성과연봉제 도입이 무산되자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것이 노조 반발의 시발점이 됐다.

예탁결제원 노조는 9일부터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를 위한 무기한 사복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오로지 성과연봉제 도입만을 위해 올인하고 있다"며 "도데체 무엇을 위하고, 누구를 위한 비상경영체제 선포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달 초 정부는 올해 안에 호봉제를 성과연봉제로 전환하지 않는 공공기관의 내년 인건비를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성과연봉제를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확대하지 않으면 임직원 임금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특히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여부를 공공기관장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밝히면서 '성과연봉제 도입=자리보전'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임기 만료를 앞두고 정부의 두터운 신임으로 사장자리에 오른 금융공기업 수장들이 성과연봉제 조기 도입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재천 주택금융공사 사장이다. 그는 직원과 노조의 격력한 반대로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이 어려워지자 지난 4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주택금융공사 노조가 압도적인(85.1%) 반대로 성과주의 도입 안건을 부결시킨 것을 확인한 뒤 사직서를 들고 금융위원회를 찾아갔다. 

김 사장이 금융위의 적극적인 만류로 사의 표명 일주일 만에 업무 복귀를 결정했지만, 노조의 반발이 여전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이뤄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김 사장이) 지난 10일부터 정상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다"며 "직원들과 직접 만나 성과연봉제 도입의 필요성 등에 대해 논의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홍영만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은 직원들의 개별 동의서를 명분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밀어붙이다 노조로부터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부산지방노동청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사측의 강압에 의한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동의서 제출은 무효라는 게 노조측의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3대 국책은행 수장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업은행은 지난 13일 금융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 위한 개인평가제도 설계안을 사내 인트라넷에 공개했다. 기업은행은 이 초안의 세부 내용을 다듬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조선·해운업종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자본확충의 전제조건으로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요구받고 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올해 12월 말 임기가 끝난다. 홍영만 사장은 11월 17일에, 유재훈 사장은 같은 달 27일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정부의 '보은인사' 논란 속에 올 2월 취임했고,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남은 임기가 채 1년도 안 남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성과주의 조기 도입 시한인 이달 말까지 정부의 압박 수위는 날로 높아질 것"라며 "성과연봉제 도입에 금융공기업 수장들의 목이 달린 만큼 성공 여부에 따라 이들의 향후 거취도 결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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