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스퍼트 "KT가 17만대 일방 주문취소해 경영난 심화"
법원, 공정위의 KT '불공정하도급 거래' 제재는 정당

▲ 최근 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하도급 거래 행위 혐의로 KT에 부과한 과장금 처분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KT는 중소기업 엔스퍼트에 패블릿PC 제작을 위탁했다가 주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이 업체를 위기로 몰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17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동반성장위원회 및 협력사와 개최한 '존중과 상생의 문화 조성을 위한 동반성장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축사중인 황창규 KT 회장.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KT의 의뢰로 태블릿PC 개발에 나섰다가 갑작스런 발주 취소로 심각한 경영난에 몰린 한 중소기업의 사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법원은 이 같은 KT의 불공정하도급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2009년 애플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단말기 지원금을 전액 부담,  삼성전자와 갈등을 빚던 KT는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iPad) 도입이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 보다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엔스퍼트라는 중소기업을 찾아가 대항마 태블릿PC의 제조를 위탁했다. 여기서 '케이패드'(K-Pad)가 탄생했다.

KT는 케이패드 총 20만대 출시를 계획하고, 먼저 3만대를 제조 위탁한 후 초도 물품 수령에 맞춰 다시 17만대(510억원)를 추가 주문했다. 하지만 촉박한 시간에 제품이 만들어지면서 여러가지 초기 불량이 발생했다. 소비자 불만이 커지면서 KT는 제품 하자, 검수 미통과 등을 이유로 2011년 3월 제조위탁 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당시 엔스퍼트는 17만대 생산할 자재들을 이미 구입해 놓은 상태였다.

비상이 걸린 엔스퍼트가 KT에 하소연했지만 KT는 2011년 초 케이패드 판매를 중단했다. 결국 엔스퍼트는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이듬해 증시에서 퇴출됐다. 당시 케이패드 계약을 포함한 엔스퍼트의 KT와의 거래 비중은 매출의 70%였다. 케이패드 계약을 제외해도 그 비중은 48%에 달했다.

이에대해 2014년 공정위는 20억8천만원의 과징금을 KT에 부과했다. 하지만, KT는 이에 불복했다.

최근 법원은 KT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해도 될 만큼 케이패드의 하자가 심각하지 않았다며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KT가 주장한 제품 하자는 상당부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기인한 문제였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에도 비슷한 초기불량이 있었지만 개선됐다.

법원은 KT의 요구 때문에 엔스퍼트가 케이패드를 개발하고 납품하기까지 걸린 기간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짧았다고 지적하면서 "원 사업자가 종속 관계에 있는 많은 수급 사업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법은 하도급 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T가 대법원 상고에 나설지가 주목된다. KT는 현재 삼성전자 출신의 황창규 회장이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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