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등 채권단 오판에 STX조선 구조조정 '골든타임' 놓쳐
대우조선·현대상선·성동조선 등 정상화 제대로 될지 의문

▲ 지난 3년간 4조원이 넘은 자금을 투입된 STX조선해양이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수순에 들어가며 국책은행 주도의 구조조정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지난 3년 간 4조원이 넘은 혈세가 투입된 STX조선해양이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수순에 들어가면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 은행에 대한 책임 추궁없이 다른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맡길 수 있겠냐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STX조선의 뒤늦은 법정관리 결정으로 국책은행은 물론 관계사 및 협력사들이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안게 될 추가 손실만 2조원이 넘는 데다 3년 간 STX조선에 쏟아부은 4조5000억원의 국민 혈세도 허공으로 날아가게 됐다. 게다가 STX계열사와 중소 협력업체들의 줄도산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전날 여의도 본점에서 수출입은행, 농협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이 참석한 채권단 실무자회의를 열고 "추가자금을 지원하면서 자율협약을 지속할 경제적 명분과 실익이 없으며, 회사도 회생절차 신청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이달 말까지 논의를 거쳐 자율협약을 종료하고 법정관리로 전환하는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로써 STX조선이 지난 2013년 4월 자율협약에 돌입한 지 38개월 만에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은 실패로 끝나게 됐다. 채권단은 공동관리 이후 4조50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STX조선은 2013년 1조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지난해에도 182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채권단은 지난해 말 4000억원을 추가 지원을 하면서 STX조선을 '특화 중소형 조선사'로 전환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당시 산업은행은 "추가 리스크 부담 없이 회사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불과 5개월 만에 "이달 말 부도 발생이 불가피하다"며 완전히 다른 실사 결과를 내놨다. 주채권은행의 빗나간 예측으로 STX조선의 생사가 바뀐 것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STX조선의 구조조정 '골든타임'을 놓쳐버리면서 책임 추궁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지난해 말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겪으면서 세계 조선 경기의 침체 우려가 고조됐지만 막연한 회생 기대감에 STX조선의 정상화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예측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선해운 구조조정의 큰 틀은 정부가 정하는 만큼 정부와 금융당국에도 구조조정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국책은행들은 정부의 입김 아래 등 떠밀리 듯 대규모 지원에 나선 측면이 있다고 항변하지만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으로서 부실경영, 관리감독 실패 등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STX조선의 사례로, 두 국책은행이 주채권은행을 맡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현대상선, 한진해운, 성동조선, 대선조선 등 다른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인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은행권 위험 노출액(익스포저)는 각각 23조, 14조4000억원으로 총 37조4000억원에 달한다.

빚만 23조원에 달하는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3년 간 영업활동을 통해 이자비용도 제대로 못내는 이자보상배율 1미만인 '한계기업'이다.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도 'BB+'로 투자 부적격 등급을 받았다.

올해 들어 수주 가뭄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단 1척의 신규 수주도 하지 못했고, 대우조선해양은 자회사인 루마니아 조선소의 수주물량을 본사로 이관한 1건과 최근 수주한 잠수함을 제외하면 올해 신규 선박 수주는 사실상 전무하다.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서 조건부 자율협약이 추진 중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용선료 인하협상·채무조정 등 자구안 달성에 사활을 걸며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성동조선과 대선조선은 수출입은행이 주채권은행이다. 이들 중소형 조선사는 이달 말이나 내달 초 매각이나 법정관리 등 생사 여부가 결정된다. 성동·대선조선은 2010년부터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으며 2조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받았지만 성동조선은 지난해 875억원, 대선조선은 158억원의 적자를 냈다. STX조선과 마찬가지로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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