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절감으로 ‘항공안전 부실’ 우려 현실화되나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엔진에서 발생한 화재로 대한항공 여객기가 또다시 이륙을 중단하는 사고가 발생됐다. 최근 2년간 대한항공 여객기가 엔진문제로 이륙을 중단하거나 비행을 중단한 사건은 이번이 5번째다. 잦은 사고로 대한항공의 정비부실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20분쯤 일본 도쿄 하네다(羽田)공항에서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이륙 준비를 하던 중 왼쪽 엔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비행기에는 승객과 승무원 302명이 타고 있었으나, 날개에서 연기가 난 뒤 곧바로 대피해 부상자는 없었다. 소방차와 소방대원, 경찰 기동대원 100여명이 긴급 투입해 화재를 진압했다.

대한항공 여객기가 엔진 문제로 이륙이나 비행을 중단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불과 10여일 전인 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달리던 중 엔진 이상이 발견돼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한항공 여객기 엔진결함 사고는 지난해에도 3건이나 발생했다. 지난해 7월 제주공항,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공항에서 각각 엔진부위에 문제가 생겨 대한항공 여객기가 이륙을 중단했다. 같은해 12월 도교행 대한항공 여객기는 엔진 결함으로 오사카에 불시착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수백명의 승객들이 공포에 떨어야 했다.

대한항공 여객기의 잦은 엔진 결함은 부실 정비 탓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이 공개한 '대한항공 경영구조 및 안전문화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정비예산은 2012년 9427억원에서 2014년 8332억원으로 줄었고, 2014년 운항횟수당 정비시간은 2012년 대비 8.28% 감소했다. 대한항공 정비팀은 계열사 진에어 정비업무도 맡고 있다. 대한항공이 원가절감에 치중하면서 정비예산과 시간을 줄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2014년 ‘땅콩회항’ 사건 당시 대한항공 노동조합 홈페이지에는 대한항공의 부실정비를 폭로한 '정비본부의 실태'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서 작성자는 "정비 사유로 딜레이(운항 지연)를 시키면 난리가 난다"면서 "그러다 보니 날림 정비로 비행기를 띄우는 일이 허다하고 10시간 걸릴 일을 2시간 만에 끝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다 큰 사고 안 날지 늘 걱정이 된다"는 우려도 전했다.

▲ 최근 2년간 대한항공 여객기가 엔진결함으로 비행을 중단하는 사건이 5차례나 발생하면서 부실 정비체계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2014년 ‘땅콩회항’ 당시 대한항공 노동조합 홈페이지에 게재된 '정비본부의 실태'라는 제목의 글. 이 글에서 작성자는 ‘정비 사유로 딜레이(운항 지연)를 시키면 난리가 난다’며 대한항공의 부실정비를 폭로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현재 승객들은 안전하게 대피한 상태로 승객 불편을 최소화 하기 위해 대체편을 투입, 수송할 예정”이라며 “정확한 엔진 결함 원인은 조속히 파악해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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