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충당금 부담에 올해 최악의 실적쇼크 불가피
부실한 여신관리가 발목…농협 "경영 효율화 추진"

▲ NH농협은행이 조선·해운업종 구조조정에 따른 부실채권 급증으로 올해 사상 최악의 실적쇼크가 불가피해지면서 실적 방어를 위한 전방위적인 비용 절감 및 조직 쇄신을 위한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서울시내의 한 농협은행 지점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NH농협은행이 기업 구조조정 후폭풍에 휘청이고 있다. 현재 구조조정 명단에 오른 부실 조선·해운업체에 물린 돈만 5조원이 넘는 데다 올해 추가로 쌓아야 할 충당금은 최대 2조원에 육박한다. 농협 안팎에서는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농협은행 입장에선 실적 악화를 최소화하고 조직 쇄신을 위한 고강도 개혁드라이브가 불가피해졌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농협은행의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3개 대형 조선업체의 여신은 3조6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STX조선· 성동조선·창명해운 등 중견업체까지 더하면 조선·해양업종 여신 규모는 5조2000억원에 달한다.

STX조선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7700억원으로, STX조선의 법정관리행이 확정되면 최대 6000억원 가량의 충당금을 새로 쌓아야 한다. 성동조선 등 다른 중견 조선사들이 STX조선과 같은 운명에 처할 경우 농협은행의 건전성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농협은행이 올해 조선과 해운업 부실로 쌓아야 할 충당금만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부실 대기업에 여신이 몰리면서 농협은행의 기업여신 부실관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장기불황에 빠진 조선·해운 등 취약업종의 기업여신을 부실하게 관리해 온 농협은행이 현재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농협은행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제외하고 조선·해운·철강·화학·건설 등 5대 취약업종의 부실 리스크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다. 부실여신에 따른 위기감이 커지면서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은 지난달 농협은행에 대한 공동검사에 착수, 기업대출 등 리스크 관리 및 경영실태 전반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저금리 등 영업환경 악화 속에 부실채권 급증에 따른 건전성 악화로 농협은행은 올해 사상 최악의 실적쇼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 1분기 농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64.2%(578억원) 감소한 322억원에 그쳤다. 조선·해운업종 부실기업에 대한 과도한 충당금 부담이 실적 악화의 주범이었다. 1분기 충당금 전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9% 급증한 3328억원에 달했다.

앞으로 조선·해운업계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공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농협금융지주는 부실채권을 일제히 정리하는 '빅 배스(Big Bath)'를 단행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지난 3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취약산업 부실채권으로 2분기와 3분기 순이익도 장담하지 못한다"며 "적자가 나든 수익이 덜 나든 한번은 빅 배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당장 실적 부진에 따른 강도 높은 비용절감 노력이 절실해진 만큼 지점 통폐합, 조직 및 인력 구조조정 등 대대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조직 슬림화를 통한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지점 통폐합, 홍보조직 축소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음달 말이나 7월 초에는 구체적인 경영 효율화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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