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업체 오렉스 “LCD유리관 국산화했지만 납품 약속 안 지켜”
희성전자 “납품 약속 한적 없다”…오렉스 추가증거 제출로 2심 주목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범LG가인 희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요청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수입에만 의존하던 LCD 모니터 유리관을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이들이 납품 약속을 어겨 회사는 망했고, 저는 월세방을 전전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국내 조명시장에서 해외업체의 공세에 맞서왔던 오렉스 정신현 대표는 30일 대기업의 ‘갑질’로 멀쩡하던 회사가 도산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증거 불충분으로 1심에서 패한 정 대표는 추가 증거를 확보해 관련자들을 배임으로 추가고소하면서 희성전자와의 소송 2라운드에 들어갔다. 경제민주화 바람을 예고한 20대 국회의 관심도 커질 전망이다.

정 대표의 ‘악몽’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렉스는 희성전자로부터 LCD 백라이트 유닛 유리관(V6 프로젝트)을 대량 납품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150억 가량을 들여 공장을 짓고 가동했다. 당시 오렉스가 개발한 유리관은 중소기업이 개발했다는 사실 외에도 까다롭기로 유명한 LG디스플레이의 품질검증을 통과했다는 사실로도 언론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약속했던 발주가 미뤄지면서 오렉스는 막대한 손실을 안고 2012년 2월 부도를 맞았다. 정 대표는 “오렉스는 당시 전국 대형마트 700여곳에 납품하고 있어 무리할 필요가 없었지만 희성전자의 제안을 믿고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며 “수입품 대체로 국익에도 일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결론적으로 거짓말에 놀아난 꼴이 됐다”고 억울해했다.

▲ 오렉스 정신현 대표는 범LG가인 희성전자의 '갑질'로 전도유망했던 자신의 회사가 망했다며 추가 증거를 확보해 관련자들을 배임으로 추가 고소했다. 사진은 정 대표가 확보한 일본 NEG사의 분기별 납품 단가인하율표 일부.

정 대표는 희성전자가 일본기업의 납품 단가인하를 위해 오렉스를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NEG사의 ERN 유리관은 2009년 10월 오렉스 용해로가 가동된 시점을 기준으로 1년간 66% 인하됐다.

정 대표는 “NEG사의 ERN유리관은 2009년 10월 오렉스 공장이 가동된 달부터 6개월 만에 납품가가 50% 떨어지고, 이 과정에서 ‘V6프로젝트’가 중단됐다”며 “희성전자측은 기술 발달에 따라 구매팀에서 정기적으로 단가를 인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렉스가 생산하지 않은 LCD 모니터용 유리관은 30% 인상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희성전자는 처음부터 NEG사와 대체 납품을 추진중인 사실을 말한 적이 없다"며 "결국 오렉스의 공장이 건설되자 이를 이용해 단가 인하 협상을 벌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 간 거래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본 NEG사가 자발적으로 6개월만에 단가를 50%나 인하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정 대표는 희성전자와 원청기업인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구본능 회장과 구본식 부회장 등을 사기혐의로 고소했지만,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이어진 재정신청도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기각됐다. 정 대표는 “희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관계자가 수차례 찾아와서 제품개발을 요청했다”며 “계약을 하자고 하니 공장을 건립하고 제품이 개발되면 자동으로 계약이 체결된다고 하면서 뭐가 그리 급하냐고 해서 일을 먼저 추진했더니 1심에서 패소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앞서 희성전자 측은 법정에서 "납품물량을 약속한적 없다"며 정 대표의 주장들을 일축했다.

추가 증거를 확보한 정 대표는 "수백억원대의 이익을 올리면서 경영진이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향후 구 회장 등에 대한 소송 확대도 예고했다.

수입품 국산화로 국익창출이 기대됐던 오렉스의 국내 유일 유리관 생산설비는 지난 1월 경매에 넘어가 ‘고철’로 처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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