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서 원가절감 사활…한진해운 투자실패도 영향

▲ 대한항공 여객기의 잦은 사고로 승객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대한항공의 과도한 원가절감으로 정비예산까지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잦은 사고로 대한항공의 정비능력에 대한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 최근 2년간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엔진에 문제가 생겨 이륙이나 비행을 중단한 사건이 5건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번 일본 하네다공항 사고가 부실 정비로 확인되면 대한항공은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일본 국토교통성은 지난 27일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화재로 이륙을 중단한 사건에 대해 조사를 벌여 엔진 뒷부분에 있는 터빈 블레이드(회전날개)가 다수 파손된 것을 확인했다. 엔진 내부에는 다른 이물질이 발견되지 않아 조류 충돌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정기 점검, 정비 소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확한 원인은 한미일 합동조사에 나올 예정이다.

이번 사고가 정비부실로 드러날 경우 대한항공은 '예고된 인재'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대한항공의 정비예산이 줄어든 가운데 사고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대한항공의 정비예산이 2012년 대비 10% 줄고, 2014년 운항횟수당 정비시간은 2012년 대비 8.28% 감소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2014년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당시 부실정비를 폭로한 내부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원가절감에는 실적문제가 깔려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저유가 효과로 영업이익이 58.6%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703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적자폭이 53.6% 확대됐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70.2% 폭증했지만 당기순이익은 177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부실한 수익성이 배경이 되면서 임금문제를 둘러싼 노사갈등까지 고조되고 있다.

수익성 악화 배경에는 저비용항공사와의 경쟁심화, 외화 환차손 등의 외부요인이 거론되지만 한진해운 지원이라는 내부영향도 적지 않다.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으로 채권단 관리하에 들어가면서 증권가에서 대한항공의 리스크가 줄었다는 긍정적인 보고서가 줄을 이을 정도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4년 부실기업인 한진해운을 품에 안았다. 당시 '밑 빠진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나왔지만 '육해공 종합물류기업'을 청사진으로 그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을 통해 모두 1조원대의 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최근 한진해운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에 들어가면서 조 회장의 경영판단 역시 실패로 끝났다.

한편, 이번 사고로 지난 2010년 국토해양부가 대한항공에 과징금을 부과한 사실도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비행중이던 대한항공 여객기의 한쪽 엔진이 정지돼 회항하는 등의 사고가 잇따르자 국토부는 특별 점검을 실시, 대한항공이 5번 사용후 교체해야 하는 엔진을 4차례나 더 사용하고 엔진에서 오일이 새어나왔는데도 이를 즉시 정비하지 않은 것을 적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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