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절반이 ISA 판매실적 직원평가에 반영
'묻지마' 영업으로 깡통·자폭통장 개설 늘어
금융노조, 금융사 ISA 과당경쟁 중단 촉구

▲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운용수익률 공개 및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금융사들이 직원들에게 과도한 실적목표를 할당하거나 성과평가기준(KPI)에 실적을 반영하는 등 과도한 ISA 계좌유치 경쟁에 뛰어들면서 불완전판매, 깡통계좌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고객이 한 시중은행 점포 출입문 앞에 붙은 개인종합자산관릭계좌(ISA) 가입 안내문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출시 100일째를 맞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ISA 출시 초기부터 제기됐던 과당경쟁에 따른 불완전판매 우려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데다 금융사들의 과도한 실적목표 할당이나 성과평가기준(KPI) 유치실적 반영 등으로 직원들이 '묻지마' 영업에 매달리면서 ISA 제도가 실속 없이 외형만 키우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ISA상품이 출시된 지 3개월 만인 지난 10일 현재 ISA 누적 가입자수는 220만5382명, 총 가입금액은 2조568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권별 가입자수는 은행이 197만6121명(89.6%)으로 증권사(22만8245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면 가입금액은 은행이 1조4298억원, 증권사는 6255억원으로 증권사 비중이 높았다.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은 93만원으로 은행 72만원, 증권사 274만원이었다. 가입계좌수를 기준으로 한 가입대상인구 대비 가입률은 9.9%, 총인구 대비 가입률은 4.3% 수준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ISA 계좌수 증가세가 완만해지고 있으나, 가입금액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평균가입금액은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과 금융사들이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선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금융사간의 치열한 계좌유치 경쟁으로 ISA 불완전판매가 만연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도 시행 초기부터 은행 직원들은 기존 고객과 지인 등을 대상으로 과도한 계좌유치 영업에 나서면서 '깡통계좌'가 다수 개설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한 시중은행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직원 1인당 의무적으로 채워야 하는 ISA 가입 할당량을 배분하는 등 강하게 영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며 "직원들 입장에선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KPI 점수를 낮게 받아 승진 인사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ISA를 판매 중인 33곳의 금융회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4곳이 핵심성과지표(KPI)에 ISA 판매실적을 반영하고 있다

은행권의 경우 KB국민·신한·SC제일·KEB하나·기업은행 등 대부분의 대형은행은 물론 부산·대구은행 등 일부 지역은행이 포함됐고, 증권사는 NH투자·SK증권·삼성·미레에셋대우·유진투자·하나금융투자 등 6곳이다. 

이날부터 증권사를 시작으로 ISA 일임형 수익률이 공개되고, 다음달에 ISA 계좌이동제가 본격 시행될 경우 금융사 직원들의 실적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직원평가에 실적이 반영되다 보니 자신의 돈을 넣어 가족과 지인 명의로 통장을 개설해 실적을 채우는 자폭통장이 늘고 있다"며 "금융사들이 직원들에게 ISA 판매를 무리하게 강요하는 상황에서 불완전판매, 깡통계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는 지난 21일 금융위원회를 방문해 ISA 실적의 KPI 적용 제외, 강제적인 실적할당, 캠페인 중단 등 ISA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각 은행에 대해서도 계좌이동제와 ISA 유치 실적을 KPI에 포함시키지 말 것을 요청한 상태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