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에 고작 750만원 부과…제도 정비 서둘러야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LG유플러스의 ‘조사 거부’ 사태에 대한 ‘엄중처벌’을 강조해왔던 방송통신위원회가 수백만원의 과태료를 확정했다. 불법 행위 조사에 나선 정부의 조사단을 가로막아 ‘초유의 항명’사태로까지 불렸던 이번 사건이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다는 평가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증거인멸 여부에 대한 조사 결과 역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아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8일 전체회의를 열고 LG유플러스 법인에 750만원, 임직원 3인에게 각각 500만원씩 총 22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대표는 과태료 부과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방통위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고 판단, 단통법(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테두리 안에서 최대치의 제재를 부과했다는 입장이다. 단통법 시행령은 조사거부, 방해 등 부정행위에 대해 최초 적발 시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사안이 중할 경우 50% 가중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게 수백만원에 불과한 과태료 처벌이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들끓으면서, 사실상 ‘무늬만 제재’라는 비판이 거세다는 점이다. 실제 방통위 김재홍 부위원장은 “방통위가 정해진 법령을 집행하는 기구로서 이렇게 부과하는 게 어쩔 수 없지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단돈 750만원이면 정부 조사를 거부할 수 있는 공식 사례가 만들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 "빈틈없는 공정조사"를 약속했다. 방통위의 조사과정에 빈틈이 없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론적으로 민간 통신사가 정부의 정당한 법 집행을 법 규정을 들어 막아버린 행위가 사실상 빈약한 처벌로 끝나면서 단통법의 ‘빈틈’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처벌강도를 높이는 쪽으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통위가 법제도만을 탓할 일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방통위가 시장 자율 경쟁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에도 전격적으로 단통법을 도입, 사실상 통신시장 감독자로 들어섰지만 이번 사건처럼 그 입지가 흔들리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그 시장 통제 능력에 대한 물음표가 제기된 셈으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행령 차원이 아니라 자율경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큰 틀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사태로 LG유플러스와 방통위의 ‘관계’에 대한 논란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권 대표와 최 원장은 경기고·서울대 동기 사이로 그동안 두 사람 사이에 대해 소문이 무성한 상황에서 조사 개시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방통위 실무 간부가 권 대표와 오찬을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앞서 김재홍 부위원장이 ‘조사 거부’와 관련 "LG유플러스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말이 있다"고 언급하자 최 위원장은 "빨간 선글라스 쓴 사람은 모든 것이 빨갛게 보인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논란을 떠나 권 대표의 처신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의 위치상 애초에 오해를 살만한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가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 끈도 매지 말라’는 과전이하(瓜田李下)의 지혜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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