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월 비은행권 가계대출 16조원 급증…작년 상반기의 두배
저소득·자영업자, 높은 은행문턱에 '고금리' 제2금융권 몰려

▲ 깐깐해진 은행권 대출심사로 인해 '울며 겨자먹기'로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하는 제2금융권을 찾는 가계가 급증하면서 가계부채의 약한 고리로 꼽히는 영세자영업자와 저소득·고령층의 신용위기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pixabay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제2금융권 가계부채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깐깐해진 은행 심사를 피해 '울며 겨자먹기'로 고금리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문을 두드리는 가계가 늘고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의 가장 취약한 고리는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로 생계를 연명하는 영세자영업자들이다. 일정하지 않은 소득에 차주들의 신용도가 낮고 부채상환능력도 떨어져 가계부채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제2금융권 부채가 늘어나는 '풍선효과'에 정부가 더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저축은행·보험사·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407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5조9000억원 증가했다. 이 같은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상반기 증가액(8조8000억원)의 두 배에 육박한다. 

올해 들어 비은행권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것은 은행권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이동한 영향이 크다. 은행권의 높은 대출문턱 탓에 제2금융권을 찾는 자영업자가 늘어난 데다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저소득·저신용자들의 생계형 대출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경기민감 업종에 집중된 자영업자들이 비싼 이자에 의존할 경우 신용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차주는 은행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5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연 15.22% 수준으로, 시중은행(3.16%)의 다섯 배에 달한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전체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농림·어업 포함)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574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자영업자의 약 63.6%(330조5000억원)가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을 동시에 받았고, 가계대출만 받은 자영업자의 16%가 신용도 7~10등급인 저신용자들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은퇴층의 소득증가율을 고려할 때 이들의 채무상환능력 저하는 가계대출의 일부 부실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며 "은퇴층이 자영업에 진출할 경우 일부 업종의 낮은 수익성 탓에 부실화 가능성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대출은 명목상 중소기업대출로 분류되지만 자영업자 모두 개인이기 때문에 사실상 가계가 상환해야 할 빚이다. 기존에 빌린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에 더해 창업을 위해 받은 대출까지 짊어진 이들의 소득 감소와 폐업은 곧 가계대출 부실로 전이될 공산이 크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문을 닫은 자영업자 수는 8만9000명으로 5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자영업자 가운데 종업원 없이 혼자 장사하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2만명이 줄었고,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3만1000명 늘어나 영세 자영업자의 폐업이 훨씬 많은 상황이다.

자영업자의 줄폐업이 가속화되는 것은 제한된 내수시장에서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보니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시장구조 탓이다. 기업의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명예퇴직 등으로 직장을 떠난 월급쟁이들이 너도나도 치킨집, 식당업 등에 뛰어들면서 자영업은 이미 포화상태가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 하반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제2금융권의 부채관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영세자영업자와 저소득·고령층에 대한 소득증대 대책을 마련해 이들의 채무상환능력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는 현상을 주시하고 있다"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대책을 강구하고, 미시대책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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