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가입자가 한 명도 없는 이른바 '깡통보험'이 1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정책성보험이 대부분을 차지해 보험의 설계와 운영이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전체 생명·손해보험사의 보험상품 가입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가입이 0건인 상품은 1071개로 집계됐다. 이 중 생명보험 상품이 165개였고, 손해보험 상품은 906개에 달했다. 가입자가 1∼100건인 경우는 생명보험 상품이 73개, 손해보험 상품은 1275건이었다.

상품의 개발과 유지관리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하면 가입자가 지나치게 적은 상품을 운영하는 것은 보험사의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가입자에게도 충분한 사후관리를 받지 못하는 손해로 돌아오게 된다.

정책성보험이 시장의 수요와 무관하게 만들어지다 보니 수요와 공급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1970년에 출시된 원자력손해배상책임보험처럼 상품이 나온 지 오래된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가입자가 없는 정책성보험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4년 8월 제정된 '연안사고예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만들어진 연안체험활동 운영자 배상책임보험의 경우 흥국화재, 더케이손보, 동부화재, KB손보에는 가입자가 없고, 한화손보가 73건의 계약을 기록했다.

지난해 도입된 태양광대여사업자 배상책임보험은 동부화재·메리츠화재·KB손보의 가입자가 0건이고 삼성화재는 4건에 불과하다. KB손보와 한화손보의 외국인환자 유치업자 배상책임보험, 동부화재·흥국화재·농협손보의 지식재산권보험도 가입이 0건이다.

민병두 의원은 "수요를 파악하지 않은 채 만들어낸 정책성보험이 외면받고 있다"며 "시장 수요를 면밀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정책성보험이 시장에서 만들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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