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 후 대국민 ‘1조원대 사재출연약속'과 규모 맞먹지만 지금까지 안 지켜 ‘논란’

▲삼성전자가 28일 1주당 1000원의 중간배당을 결정하면서 이 회장의 최근 8년간 배당금이 모두 9000억원에 이르게 됐다. 반면, 이 회장이 2008년 삼성특검 이후 국민에게 약속한 ‘1조원대 사재출연’은 여전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최근 '성매매 의혹'이 제기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천문학적인 배당금이 주목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중간배당을 결정하면서 이 회장의 최근 8년간 배당금도 모두 9000억원에 이르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2008년 불법승계와 차명재산 등이 드러난 삼성특검 이후 이 회장이 국민에게 약속한 ‘1조원대 사재출연’과 맞먹는 금액이다.

삼성전자는 28일 보통주와 종류주 1주당 100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1415억3948만1000원이다. 이 중 49억8000만원이 이 회장(지분율 3,49%, 보통주 498만5464주)의 몫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삼성특검 이후 경영에 복귀한 2010년 3월 이후 받게 될 배당금은 모두 9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외에도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4%) 등의 주식을 보유중이다. 재벌닷컴 등의 집계 결과 이 회장이 이들 계열사에서 받은 배당금은 2009회계년도 874억원, 2010년 1341억원, 2011년 1091억원, 2012년 1034억원, 2013년 1079억원, 2014년 1758억원, 2015년 1772억원 등 8949원에 달한다. 여기에 이번 삼성전자 중간배당금 49억원을 더하면 모두 8998억원이 된다.

이는 이 회장이 국민에게 약속한 ‘1조원대 사재출연’에 맞먹는 규모다. 이 회장은 2008년 4월 ‘대국민 사과 및 퇴진 성명’에서 약 4조5000억원에 달하는 차명재산을 실명으로 전환, 벌금과 누락된 세금 등을 납부하고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규모는 1조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이후 이 회장은 2009년 5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았지만, 4개월 뒤 특별사면을 받고 이듬해 경영에 복귀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 회장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그동안 이 회장이 구체적으로 사재출연을 말한 적은 없지만 좋은 일에 쓰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2014년 5월 이후 아직까지 의식불명인 상황에서 스스로 약속을 지킬 가능성은 희박해진 상태다. 그 사이 이 회장이 받아간 배당금은 해마다 불어났다.

일각에서는 사재출연 문제가 이 회장의 건강 상태와 상관없이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일가와 삼성 측의 의지에 달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은 의식불명인 이 회장 명의로 정부가 추진한 청년희망펀드에 개인재산 200억을 기탁했다”며 “이 회장의 사재출연약속 이행 역시 삼성 측의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실행 가능하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삼성 사장단과 임원진은 50억원, 이 회장은 200억원을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했다. 이 회장이 의식불명 상황에서 사안을 특정하지 않고 대리권을 부여한 법정 대리인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포괄적 위임 방식이 적용됐다. 최근 법원의 판결로 편법승계 논란이 들끓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과의 합병과정에서 이 회장의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도 이 방식을 통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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