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주조합, 평균 매입단가 1만156원에 총 364만주 매입
민영화 기대감 높지만…또 좌절되면 장기간 '물릴' 가능성도

▲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한 지분매각 작업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주가방어와 책임경영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에 나선 우리은행 임직원들은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는 다섯 번째 민영화 도전의 성공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소공로 소재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우리은행 임직원들이 최근 세번째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정부 주도의 우리은행 지분매각 작업이 가시화되면서 민영화 성공의 핵심요건인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조직적 행보에 적극 동참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은행 조직내에선 우려섞인 한숨을 짓는 직원도 많다. 이광구 행장을 필두로 민영화 성공에 대한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진 사내 분위기 속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선 상황에서 다섯 번째 민영화 도전마저 좌절될 경우 주가 하락에 팔지도 못하고 또다시 마냥 기다려야하는 '물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29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우리사주조합은 이달 5일부터 7일까지 직원들을 상대로 자사주 매입 신청을 받아 20일부터 3일 동안 증권사를 통해 364만주를 매입했다. 평균 매입단가는 1만156원으로, 총 370억원 규모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민영화 추진을 위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조직 내 임직원들의 기대감도 한층 높아진 상황"이라며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사주를 사달라는 요구가 있어 이달 중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으로, 민영화가 성공하면 주가가 2만원 이상으로 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총 네 차례가 시도된 우리은행 민영화는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2010년 독자 민영화를 위해 꾸려진 '우리금융 컨소시엄'이 불참해 민영화 작업이 수포로 돌아갔고 2011년에 산은금융지주가, 2012년에는 KB금융지주가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관치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매번 중단됐다.

2014년에는 우리금융지주를 해체하고 지방은행 계열과 증권 계열까지 파는 데는 성공했지만, 민영화의 핵심인 우리은행 매각에는 또다시 실패했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곳은 중국 안방보험 한 곳에 불과해 본입찰에 가 보지도 못하고 '유효경쟁 불성립'으로 매각 작업은 좌초했다.

'민영화 실패' 소식이 전해진 후 우리은행 주가는 맥을 못추며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만원대에 거래됐던 우리금융 주가는 첫 번째 매각이 실패한 2010년 12월에 1만6000원, 두 번째 매각이 실패한 2011년 8월에 1만4000원으로 떨어진 데 이어 세 번째 매각이 실패한 2012년 7월에는 1만2000원까지 하락하는 등 줄곧 내림세를 보였다. 

우리은행이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자사주를 처음 산 것은 네 번째 민영화가 실패하고 한달 뒤인 2014년 12월이다. 당시 예금보험공사의 우리은행 소수지분 매각 입찰에 참여한 우리사주조합은 지분 3.99%(2700만주)를 1만1350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우리은행 주가는 2015년 1월에 1만원 밑으로 떨어진 이후 약세를 이어갔다. 4월 들어 1만1850원의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다시 하락세를 연출하는 등 연중 내내 9000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올해 들어 우리은행 민영화 재추진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는 상승세를 탔고 올 4월에 1만원대를 재돌파했다. 이날 오후 1시50분 현재 우리은행 주가는 전일보다 0.49%(50원) 떨어진 1만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지난 6월부터 우리은행 지분매각 입찰에 참여할 예비 후보군을 추리는 과정인 시장 수요조사를 진행해왔다. 수요조사 결과가 호의적이라고 판단되면 이르면 8월 중에 지분매각 공고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내년에 대선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우리은행의 실적개선과 주가 등 매각 여건도 어느 정도 갖춘 만큼 올 하반기가 민영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은행이 민영화에 성공하고 중장기적으로 주가가 오르면 자사주를 보유한 직원들도 주가 상승에 따른 금전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주가 하락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 민영화의 성패는 지분매각 입찰에 참여할 진성 투자자가 얼마나 나올 것이냐에 달려 있다"며 "이번에도 민영화가 좌절돼 주가가 1만원 아래로 추락하면 기대감에 올라탔던 직원들은 주가 '꼭지'에 물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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