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기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기술표준정책국장>

최근 보호주의의 발호가 우려되는 가운데 기술규제 또한 급증하는 한편 그 속도도 가속화 되는 것으로 관찰되고 있다. WTO의 무역기술장벽위원회(TBT위원회)가 회원국들로부터 기술규제의 제·개정 정보를 받아 발표하는 TBT통보문의 숫자를 보면 기술규제의 수가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증가율이 ‘06년 14.3%, ’07년 15.3%, ‘08년 22.8%로 매년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2009년에 들어서는 전년 동기에 비해 TBT통보문이 급증하고 있는데, 2009년 1/4분기에 발행된 TBT통보문은 411건으로서 2008년 1/4분기의 316건에 비해 27%이상 증가하였다.

이는 관세인상 등 고전적 보호조치들이 다른 나라들의 견제와 감시대상이 되고 있기에 비관세장벽, 이 중에서도 무역기술장벽이 많이 활용되는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거에는 주로 EU나 미국 등 선진국들이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하여 많은 기술규제들을 도입하였는데, 최근 1~2년 사이에는 신흥개도국들에서도 소비자 안전 및 산업수준 제고를 명분으로 기술규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사례가 확산되는 것이 기술규제가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원인으로 보인다.

기술규제가 일단 도입되면 그 나라가 정하는 기술표준, 시험·검사 등 적합성평가 절차 및 품질관리시스템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게 되므로, 관련 정보 입수가 빨랐던 자국내 기업들에 비해 다른 국가의 기업들은 뒤늦은 상황파악 이후 제품설계 변경 등 대응체제를 정비하는데 혼란을 겪게 되어 결과적으로는 무역장벽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은 정보기술산업과 같이 제품의 교체주기가 매우 짧은 분야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나게 된다.

WTO는 각 회원국이 이러한 기술규제를 제정할 때 최소 60일 이전에 외국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기간조차도 대응을 준비하는 데에는 충분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의견수렴기간을 60일보다 짧게 주거나 WTO를 통한 대외 통보도 없이 자국내에서만 시행을 발표하는 경우도 많아 기업들이 수출대상국의 기술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는 매우 어렵다.

무역의존도가 70%가 넘는 우리나라로서는 최근의 기술규제 증가추세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수출대상국이 다변화되어있는 상황에서 개도국들까지 독자적인 기술규제를 도입하는 추세가 확산될 경우 이에 모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에 큰 애로가 예상된다. 해외 규격인증에 대한 전문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일부 대기업들은 그런대로 대응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특히 중소기업은 관련 정보의 입수부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설사 정보를 입수하더라도, 규제내용의 파악에서 대응방안 마련까지 추진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분석이 필요한데, 이러한 역량을 갖추는 것은 대기업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2008년 9월에 TBT중앙사무국을 개소하고 그간 추진해 오던 무역기술장벽 대응업무를 확대 강화한바 있다. WTO를 통해 입수한 기술장벽 통보문을 분석하고 관련 업계에 전달할 전문가 조직을 분야별로 구성하였으며, TBT포탈 홈페이지를 신규 개설하고 운영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의 TBT에 관한 질문에 답변하고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주요 국가들과 공조하고 WTO·TBT위원회에 대한 참여활동을 확대하여 주요 수출국에서 기술규제 애로가 발생할 경우 이를 해소하는 활동을 강화해 왔다. 이에 따라 인도·에콰도르 등에서의 신규기술규제에 대해 철회 또는 시행연기 등의 성과를 거두었으며, 사우디·미국 등의 기술규제에 대해서는 국내 시험인증기관들이 시험 또는 인증대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수출확대를 통해 경제 회생을 추구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이와 같은 대응만으로는 부족한 감이 있다. 우선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WTO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정보 또는 우리 기업의 제보에 근거하여 외국의 기술규제에 대응할 때 충분한 대응을 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여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에서는 외국 기술규제의 조기 경보시스템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 재외 공관 및 KOTRA 등 무역지원조직들을 모두 활용하여 외국의 기술규제 정보를 현지 기업들과 같은 시간대에 입수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려는 것이다. 또한 입수된 기술규제 정보를 전문적으로 분석하여 관련 기업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TBT실무위원회를 업종별 전문단체가 직접 운영하도록 개편하고 위원 구성도 기업인 중심으로 재구성할 계획이다.

또한 국제적으로 주요 국가들과의 공조를 통해 기술규제 분야애서 세계경제위기의 해소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나가려 한다. WTO·TBT위원회에서의 협의를 통해 주요 기술규제의 문제점들을 제거하거나 시행을 유예토록 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OECD에서의 비관세조치 연구활동 등에도 적극적으로 우리입장을 반영시키도록 할 계획이다.

외국기술규제에 대한 대응은 정부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수출 관련 기업 뿐만 아니라 기술분야에서의 전문가, 시험·인증 기관 등 모든 관련 인사 및 조직이 총동원되어야 효과적 대응이 가능한 업무이다. 세계경제의 악화와 맞물려 연이어 발표되는 신규기술규제들로 인해 현재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신속한 해외기술규제정보 입수 및 대응을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보호무역조치들이 난무하는 위기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조직적으로 대응한다면, 감춰진 무역기술장벽이라 할지라도 경쟁국보다 먼저 찾아내어 분석한 후 우위에 서서 수출판로까지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감히 단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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