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소송서 쉰들러 패소…지배구조 불확실성은 높아져 부담 클 듯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 2대주주인 쉰들러가 제기한 손해배상 1심에서 승리했다. 현대그룹 간판기업인 현대상선이 유동성난 심화로 채권단 품으로 떠나가고 현대엘리베이터가 그룹 중심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새 출발을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여주지원은 쉰들러가 현 회장과 한상호 현대엘리베이터 대표, 등기이사 2명을 상대로 낸 7000여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쉰들러는 이들 경영진이 금융사와 무리한 파생금융상품 계약을 맺어 회사가 거액의 손실을 입었고, 이에 따라 주주들이 피해를 봤다며 지난 2014년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상품은 현대상선 주가에 따라 수익을 보장해주는 내용으로 현대상선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문제가 됐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파생금융상품 계약이 정상적인 경영상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번 법원 판단에 따라 현정은 회장은 큰 부담을 덜게 됐다.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이 떠나가고 사실상 자신규모 2조원대의 중견그룹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그룹 재건의 마지막 희망인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수성에 큰 변수가 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쉰들러가 이번 법원 판단에 대해 즉각적으로 항소 방침을 밝힌 상황이지만,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업계에서는 현 회장이 큰 고비를 넘게 된 만큼 현대상선 이후 그룹 정비와 재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중심에는 국내 승강기 1위 현대엘리베이터가 있다. 악화된 남북관계로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간 현대아산 등 다른 계열사의 상황이 어려운 만큼 현대엘리베이터의 내실과 규모를 키워 제2의 도약 발판을 마련한다는 각오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를 비롯한 승강기 사업과 물류자동화시스템, 주차시스템 구축 사업을 하고 있으며, 견조한 실적으로 바탕으로 그동안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매출액 1조4487억원, 영업이익 1565억원을 기록했다.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의 국내 1위 아성을 세계로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향후 4년간 글로벌 업계순위 7위 회사로 성장시키겠다는 비전도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이번 법원 판결로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사실상 현대의 승강기 사업 인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쉰들러가 지분을 전량 매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쉰들러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17%에 달한다.

문제는 쉰들러 지분이 현 회장이 원하지 않는 곳으로 갈 경우다. 현 회장 일가와 이들이 지분 100%를 소유한 현대글로벌 등 특수관계자 지분율은 26.1%로, 쉰들러 지분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현 회장의 그룹 지배력에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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