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출범작업 막바지…이르면 연말부터 영업 돌입
인터넷은행 가세로 중금리대출시장 경쟁 치열해질 듯

▲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이르면 연말부터 중금리대출 시장을 놓고 치열한 영업경쟁을 벌어야 하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카드사 등 제2금융권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사진은 K뱅크 준비법인이 입주한 서울 광화문 더케이트윈타워 전경. 사진=KT 제공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시중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올해 연말부터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의 영업이 본격화되면 가장 먼저 중금리대출 시장을 놓고 치열한 영업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에 저축은행과 카드·캐피탈업계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는 모습이다.

25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금융권 대출자 1516만명 가운데 중신용자로 분류되는 4~7등급 소비자는 564만명으로 전체의 37.2% 수준이다. 지난 2015년 말 기준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개인신용대출시장 규모는 85조1000억원에 달했다.

그동안 국내 가계 신용대출은 금리가 연 3∼5%대인 은행권 대출과 연 15% 이상의 제2금융권 및 대부업체 대출로 양분돼 있었다. 연 10%대 전후의 대출시장이 없다 보니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곧바로 초고금리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금리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비판이 줄곧 제기돼 왔다.

이런 풍토에 변화가 생긴 것은 금융권 전체에 '혁신'의 바람을 몰고 온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이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을 전격 발표하며 23년 만에 새 은행의 탄생을 예고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사업자로 선정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정부의 요구사항인 중·저신용자와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대출 활성화에 부응하기 위해 혁신적인 10%대 중금리대출을 핵심사업으로 내걸었다.

KT가 주도하는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내달 말 본인가를 신청하고 이르면 연말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KT는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운영에 필요한 장비 공급이나 금융결제원을 비롯한 금융기관 20여곳과의 연동작업 등 통합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뒤 향후 3년간 1조4000억원 규모의 중금리대출을 공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 금융권은 1조원 넘는 개인신용대출 시장에서 고객을 빼앗길 위기에 놓인 셈이다.

은행권은 이들의 파상공세에 맞서기 위해 서울보증보험과 연계한 중금리대출을 잇따라 출시하며 영업기반 다지기에 돌입했다.

9개 시중·지방은행을 시작으로 지난달 5일 선보인 중금리신용대출 '사잇돌대출'은 이달 16일까지 30일 영업일 기준으로 누적 판매액 606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누적 판매건수는 5795건으로, 하루 평균 193건의 대출이 이뤄졌다.

저축은행업계도 중금리대출 시장 진출을 서두르며 중신용자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SBI저축은행이 지난해 말 출시한 모바일 중저금리대출 '사이다'는 출시 7개월여만에 누적대출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 상품은 개발 당시부터 은행 대출거절 고객은 물론 고금리 카드론을 이용하는 4~6등급 중신용자를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웰컴·OK·JT친애저축은행 등 대형저축은행과 지주계열 저축은행들도 차별화된 중금리대출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고객 몰이에 나서고 있다. 

한 대형저축은행 관계자는 "다음달부터 저축은행에서도 '사잇돌대출'을 출시하지만, 상환능력이 우수한 중신용자 대부분을 시중은행들이 흡수할 수밖에 없고 공급한도가 5000억원으로 한정돼 있는 만큼 실적에 대한 기대는 그리 크지 않다"며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앞서 자체상품 출시 등 중신용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캐피탈업계 역시 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 악화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은 물론 인터넷전문은행까지 중금리대출 시장 공략에 나설 경우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등 카드 대출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신용자 고객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중금리대출 시장을 겨냥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을 앞두고 금융권의 관련상품 출시가 잇따르면서 고객군이 겹치는 카드·캐피탈사들 사이에서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게 사실"이라며 "지표상 대출실적 하락이 가시화되면 업계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중금리대출 활성화 드라이브에 소비자들의 중금리대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만큼 인터넷전문은행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기존 금융사들과 차별화된 금융상품을 선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강점은 100%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24시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의 중금리대출이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 여타 금융업권의 견제와 영업력 강화로 중금리대출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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